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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상장 당시보다 영업익 45% 늘었지만… 크래프톤 직원들에 아직 아픈 상처인 우리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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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실적이 좀 괜찮다고 ‘너희 회사 투자하면 어떨 것 같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직원들은 주가를 쳐다보기도 싫은 심정이다. 상장 당시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은 아직도 속앓이 중이다. 대출이자를 내며 꾸역꾸역 버티는 직원이 대다수다. 공모가를 지나치게 끌어올린 대주주와 증권사들 때문에 애꿎은 직원들이 큰 피해를 본 것이다.

한 크래프톤 직원


크래프톤이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당시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5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주가가 조금씩 우상향하고 있고, 증권사들도 잇달아 목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사내 분위기는 아직 냉랭하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주가가 올랐다고 해봐야 아직 2021년 상장 당시 공모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주 물량으로 추정해 보면, 직원들은 상장 당시 공모가에 받은 주식의 70% 이상을 손절매조차 못한 채 아직 보유 중인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비즈

크래프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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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가는 3분기 ‘깜짝’ 호실적을 기록한 크래프톤 목표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 7일 크래프톤은 3분기 매출 7193억원, 영업이익 32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9.7%, 71.4% 증가한 것으로 영업이익 기준 시장 예상치를 27% 넘게 웃돌았다.

이에 증권가도 크래프톤 목표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나섰다. 이번 실적 발표 이후 ▲대신증권 48만원 ▲NH투자증권 47만원 ▲삼성증권·IB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45만원 ▲KB증권 42만원 등으로 목표가를 올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51만원으로 상향 제시했다.

호실적에 목표가 줄상향이지만,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은 아직 주가를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상장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골드만삭스를 제외하면 목표가조차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탓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8월 20일 공모가 49만8000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는데 1년 뒤 보호예수가 해제된 시점 주가는 25만300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공모가 대비 49.2%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올 6월 말 기준 크래프톤에 남아있는 우리사주 물량은 26만주 정도다. 1년 전 28만주보다 2만주 줄었고, 상장 당시보다 약 26% 줄어들었다.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 100주 중 74주는 아직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회사가 우리사주조합원에 제공한 우리사주 취득자금 관련 대여금이 1년 동안 753억원에서 678억원으로 75억원 줄어드는 데 그친 것을 봐도 아직 보유 중인 직원이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회사 주가를 좋게 보고 추가 매수했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라면 우리사주가 아닌 개인 계좌로 주식을 매수했을 것”이라며 “우리사주에 들어 있는 주식은 상장 당시 받은 주식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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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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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억울해 하는 부분은 상장 당시보다 실적이 대폭 개선됐지만, 주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크래프톤은 1조1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장 직전 2020년 7739억원보다 45%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음에도 주가는 공모가 대비 여전히 35%를 하회하는 것이다.

크래프톤 안팎에선 지나치게 높게 정한 공모가가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정할 때 비교 기업으로 월트디즈니, 워너뮤직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제시해 고평가 논란을 빚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크래프톤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크래프톤은 비교기업을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로 바꿨다. 그러나 공모가 희망 범위는 40만~49만8000원(액면가 100원)으로 여전히 높았다.

공모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직원들은 우리사주 청약 독려에 최대한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에 참여했다. 당시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 우리사주조합은 우선 배정된 173만846주 중 31.3%에 달하는 35만1525주를 청약했다.

이들 직원 계좌는 현재 마이너스(-) 4567만원 정도가 찍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신고서상 직원이 133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264주씩 받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공모가 기준으로 직원 한 명당 1억3147만원씩 투자한 셈이다. 물론 손실이 이전보단 줄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은 상장 과정에서 보유 지분 일부를 공모가(49만8000원)에 팔았고, 2022년 2월 주가 부양 차원에서 300억원을 들여 회사 주식 10만5686주를 매집했다. 이때 다시 매수한 주식으로 인한 평가차익은 43억원이 넘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은 직원들 입장에서도 축제가 돼야 하는데, 최근 ‘거품’ 공모가로 인해 직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자주 나오고 있다”면서 “더본코리아 우리사주 청약 미달도 이같은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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