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보관금액 1000억 달러 돌파…국내 투자자예탁금 감소세
“기관, 멀티에셋 전환…개인, 해외주식 확대”
“외국인, 트럼프 트레이딩·고금리·강달러에 자금이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된 가운데 코스피가 소폭 상승하며 2560선으로 마감했다. 7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2(0.04%)포인트 상승한 2564.63을 코스닥 지수는 9.79(1.32%)포인트 하락한 733.52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0.10(0.01%) 상승한 1396.30원을 나타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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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8~10월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5조4900억 원 순매도했다. 2008년 이후 외국인이 3개월 누적기준 15조 원 이상 순매도한 경우는 2008년 1월과 2020년 3~5월뿐이다. 외국인은 11월 들어서도 코스피 시장에서 7000억 원 이상 팔아치우며, 4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거래대금도 말라가고 있다. 2월 200조 원을 웃돌던 코스피 월거래대금은 9월부터 186조1780억 원으로 줄며 200조 아래를 밑돌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도 100억3000만 주에서 65억2500만 주로 줄었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1월 230조9150억 원에서 10월 121조597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6월 19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일거래대금 10조 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동학개미(국내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미국 시장으로 배를 갈아 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7일 기준 1013억6570만 달러(약 141조8600억 원)를 기록했다. 예탁원이 정보를 제공하는 2011년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간 보관금액인 680억2349만 달러(약 93조6000억 원)보다 49% 증가한 규모다.
국내 증시 자금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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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의 해외 전체(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식 보관금액은 1477억5137만 달러(약 206조7800억 원)에 달한다. 이 역시 역대 최대다. 코로나19 당시 주식 붐이 불었던 2021년(1005억5910만 달러)과 미국 증시가 랠리를 시작한 2023년(1041억8840만 달러)을 압도한다.
반면, 국내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65조5227억 원에 달했던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7일 기준 50조84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 52조7537억 원과 비교해도 5% 감소한 규모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이 역사상 신고가(8만 달러 돌파)를 경신하는 것 또한 주식시장의 자금 이탈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중장기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초대형주 삼성전자 기술력 의구심 해소,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시키는 주주가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올해 삼성전자에 베팅했던 외국인은 3분기를 기점으로 변심해 코스피 순매도를 강화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코스피를 오히려 순매수했다. 과거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장기 추세를 밑돌 때 상대 지수(코스피200) 하락 신호로 읽혔다. 코스피200의 삼성전자 제외 대비 상대수익률은 -10%p 이상으로 나타난다.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경우의 수익률이 더 좋다는 의미다. 초대형주 삼성전자의 부진은 지수 상승 모멘텀 약화로 이어졌다.
주주환원 등 투자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밸류업 프로그램 활성화도 과제다. 코스피는 올해 내내 셀온(Sell-on)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코스피200 고배당, 고배당50, 배당성장 50 등 주요 배당지수는 두 자릿수 이상의 벤치마크를 상회했다. 이들 지수는 올해 상승률은 각각 328%, 11%, 10%에 달한다. 밸류업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민간기업의 변화뿐만 아니라 배당세액공제 신설, 분리과세 시행 예고, 기말 깜깜이 배당 해소 등의 영향 덕분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주주가치는 여러 노력에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하회하고 있으며 제약적 밸류에이션 배경으로 자리했다”며 “기관투자자 멀티에셋 전환과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 확대는 수급 이탈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망감을 안겨준 중국 부양책이 왼쪽 뺨(경기 민감주)을, 트럼프 트레이딩이 오른쪽 뺨(이차전지 등)을 때리는 양상”이라며 “진행되는 트럼프 트레이딩과 고금리·강달러로 외국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이다. 뚜렷한 반등 트리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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