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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자동화율 80% 벤츠 공장 가보니…“최고 품질은 숙련공 손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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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독일 진델핑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 조립 공장 팩토리56에서 조립 중인 차량들이 로봇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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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이 공장의 광장 격인 공간입니다. 로봇이든 사람이든 공장을 돌아다니려면 반드시 이곳을 지나치게 되기 때문이죠.” 공장을 안내해 준 현지 직원을 따라 걷다 보니, 각종 부품과 자재가 쌓인 선반 사이로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생산 라인에 필요한 부품을 싣고 무인운반차들이 바닥에 파진 얇은 홈을 따라 광장으로 모여들었다가 저마다 갈 길을 찾아 흩어졌다. 그 사이를 노란 형광 조끼 입고 안전모 쓴 직원들이 자전거나 뚜벅 걸음으로 오갔다. 머리 위로는 높이 10m 남짓한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파란 로봇 집게가 도색된 차체를 공장 어딘가로 부지런히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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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현지시각) 찾은 독일 남부 진델핑겐의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자동차 조립공장 ‘팩토리56’에서는 어디를 가든 로봇과 사람이 자연스레 섞여 있었다. 축구장 30여개를 모아놓은 크기(22만㎡)의 이 공장에선 미국, 중국, 한국 등으로 수출하는 벤츠 S클래스, 마이바흐 S클래스, 전기차 EQS 등이 생산된다. 2020년 벤츠가 21억유로(약 3조원)를 투입해 지은 최첨단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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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현지시각) 독일 진델핑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 조립 공장 팩토리56에서 공장을 둘러보는 취재진 사이로 무인운반차가 각종 부품을 싣고 생산 라인으로 향하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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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율은 80%에 이른다. 벤츠가 이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라 부르는 이유다. 차체 조립과 의장, 검수 등이 이뤄지는 공장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의 울산 공장은 자동화율이 10% 남짓이고, 가장 최근인 지난해 준공된 싱가포르 공장 자동화율은 50%다.



그럼에도, 팩토리56에는 12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팩토리56이 자리한 진델펭겐 생산단지 전체 생산직 인력은 2만1500여명이다. 자동화율이 훨씬 낮은 현대차의 울산 공장 5곳에서 3만2천여명이 일하고, 싱가포르 공장 인력이 300명인 점에 견주면 적지 않은 규모다.



상당수 노동자는 차체와 플랫폼이 결합된 후 이뤄지는 의장 공정에 투입된다. 가령, 휠을 끼는 작업은 사람이 하는 작업 중 하나다. 차량마다 주문에 맞게 서로 다른 크기의 휠을 골라 달아야 하는 데다가, 휠 구멍 크기에 맞는 나사를 골라 끼운 뒤 드라이버로 박아야 하는 다소 복잡한 작업이라서다. 그 외 시트나 계기판 등 차 내부를 채워 넣는 의장 공정 라인 단계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흐르는 차량 옆으로 사람이 달라붙어 작업하고 있었다. 사람이 편한 자세로 작업할 수 있도록 차체를 여러 각도로 뒤집을 수 있는 로봇이 작업을 보조했다. 그 덕에 노동자들은 차량 하부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허리를 숙일 필요가 없다.



완성된 차량에 문제가 없는지 검수하는 것도 여전히 사람 몫이었다. 공정 끝자락에 도착한 차량은 검수 담당 노동자들의 꼼꼼한 확인을 거쳐 문제가 없을 때만 출고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공장 관계자는 “때로는 사람 손과 눈이 인공지능, 카메라, 로봇보다 정확하고 섬세하다”며 “로봇이 수행하기에는 복잡하고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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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진델핑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 조립 공장 팩토리56에서 직원이 생산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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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전날 둘러본 슈투트가르트의 배터리 생산공장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 공장에선 배터리 팩을 만드는데, 하단 하우징(배터리 팩을 넣는 상자)에 접착제를 바르고 모듈을 채워 넣는 등 큰 공정은 모두 로봇이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단 하우징과 하단 하우징을 결합하기 전, 접합부에 먼지 등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틈을 막는 작업은 사람이 꼼꼼하게 손으로 했다.



제조업 현장의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자동차 공장에선 프레스나 차체 조립, 도장 등 공정은 상당 부분 자동화된 지 오래다. 국제로봇협회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생산 현장에 배치된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는 2014년 독일이 1149대, 한국이 1129대 수준이었는데, 2021년엔 1500대와 2867대로 각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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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헤델핑겐의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하우징 배치 전 모듈을 수작업으로 조립하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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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벤츠는 고용 규모를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진델핑겐 생산 단지 직원 숫자는 2만2천여명이었다. 약 10년간 500여명 줄어든 수준이다. 사라 길렌 팩토리56 공장장은 “우리 공장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최고급 모델을 최종 조립하는 공장인 만큼 최고의 품질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고숙련 인력의 수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공장의 경쟁력은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의 장인정신”이라고 말했다.



진델핑겐·슈투트가르트/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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