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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소년중앙] 바닷가에서 주운 쓰레기로 멋진 공예품 만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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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면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죠. 바닷속에서 신나게 수영도 하고, 해변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건 여름휴가의 재미이자 낭만입니다. 그런데 피서철이 지난 뒤 바닷가의 모습이 어떤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안타깝게도 여행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해안가를 뒤덮고 있는 경우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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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원(왼쪽)·서지안 학생기자가 바다유리를 활용해 북극 무드등을 만들었다. 비치코밍 부산물로 공예를 하면 업사이클링은 물론, 해양 오염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환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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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키기 위해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플로깅(plogging)이라 하죠. 몇 년 전부터 플로깅이 유행하면서 플로깅에 참여한 사람들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찍은 인증사진을 SNS에서 보거나 '소년중앙' 플로깅 기사 등 각종 미디어에서 접하는 일이 흔해졌죠.

이와 비슷하게 해안가에서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도 있답니다. 해변(beach)을 빗질(combing)하듯이 해양 쓰레기를 주워 모아 비치코밍(beach combing)이라 해요. 비치코밍에서 더 나아가 수거한 쓰레기를 재활용해 공예품으로 만드는 활동도 있는데요. 이것을 비치코밍 업사이클링이라고 합니다.

권혜원·서지안 학생기자가 비치코밍 업사이클링을 체험하기 위해 경기도 김포시 태장로에 있는 산책공방을 방문해 왕영실 강사를 만났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3년 전부터 비치코밍에서 얻은 해안가 쓰레기로 업사이클링 공예를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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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작용으로 테두리가 매끈해진 바다유리는 업사이클링에 적합하지만, 테두리가 날카로운 유리는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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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쓰레기는 한번 바다로 유입되면 수거가 어려워지고 해양생물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속한 발견과 수거가 중요해요. 하지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해안선은 1만5258km에 달하고, 해안가 쓰레기를 담당하는 지자체 역량만으로는 감시에 한계가 있죠. 그래서 우리나라 해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해요.

왕 강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의 일부를 보여줬습니다. 향고래 무리가 바다 위에 떠다니는 비닐봉지를 먹이로 착각해서 서로 먹으려고 경쟁하는 모습이 나왔죠. 이를 지켜보던 제작진이 향고래 무리로부터 비닐봉지를 수거하긴 했지만, 제작진이 없는 곳에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요.

"해양 쓰레기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건 해양생물이에요. 코에 빨대가 끼여 고통받는 바다거북의 모습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바다거북들은 바닷속에서 헤엄을 치다가 물 밖으로 나와서 숨을 쉬어야 하는데, 빨대 같은 쓰레기가 코를 막으면 숨을 쉬기가 힘들죠. 이들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비치코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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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안 학생기자가 왕영실 강사가 전국의 여러 해안에서 주워온 다양한 형태의 바다유리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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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 외에 인간도 해양 쓰레기의 영향을 받아요. 민간자연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인간도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약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추산했어요. 바다로 흘러간 폐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해양생물들이 이를 먹으면서 벌어지는 일인데요. 해양생물들이 피해를 보면 결국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에게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거죠.

지안 학생기자가 "강사님이 비치코밍을 하실 때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의 종류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죠. "저는 인천 영종도 부근의 바다를 자주 가요. 그곳에는 낚시하는 분들이 많아서 물고기를 잡는 찌와 낚시 장갑, 비닐 쓰레기가 자주 보여요. 또 해변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고 치우지 않은 재, 폭죽놀이 재료, 유리 조각 등도 많이 보이죠."

왕 강사가 비치코밍을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사항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알려줬습니다.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울 때는 날카로운 유리조각 등이 있을 수 있어서 꼭 장갑을 끼고 집게를 사용해야 해요. 갯벌에서 쓰레기를 줍다 보면 바다 쪽으로 멀리 가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확인해서 갯벌에 물이 차기 전 안전하게 빠져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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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원 학생기자가 바다유리를 활용해 만든 스노볼을 살폈다. 유리라는 소재의 특성상 빛 반사가 잘돼 스노볼 제작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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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닷물에 젖은 쓰레기는 염분이 있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해양 쓰레기는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이 섞여 있고, 분류나 후처리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특성상 재활용 비중이 낮아요. 그래서 소각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염분이 소각장 내부 설비를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염분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절차가 따로 필요합니다. 바닷물에 젖은 쓰레기는 한데 모은 뒤에, 안전신문고 등을 통해 지자체에 수거를 요청해야 해요.

비치코밍으로 얻은 쓰레기와 부산물은 아이디어를 더하면 업사이클링 재료로 재활용할 수 있어요. 바닷가에 떠내려온 유목(폐목재)에 조개껍데기 등을 걸어서 모빌을 만들기도 하고, 폐그물로 가방을 만들어 비치코밍을 하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부표와 플라스틱 뚜껑으로 샹들리에를 만들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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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영실(가운데) 강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비치코밍의 개념과 방법, 비치코밍 업사이클링에 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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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학생기자가 "강사님이 비치코밍 업사이클링 공예에 자주 사용하시는 재료는 무엇인가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왕 강사가 공방 벽 쪽을 가리켰는데요. 모빌·스노볼·액자 등 다양한 종류의 공예품이 전시돼 있었죠. 이들의 공통점은 반짝이는 녹색·갈색·하늘색 물체를 재료로 활용한 것입니다. 자갈 같기도 하고, 보석 같기도 한 이들의 정체는 왕 강사가 바다에서 주워온 유리조각이었어요.

"바다로 흘러 들어간 유리병 등이 오랜 시간 풍화작용으로 부서지고 깎이면서 가장자리가 동글동글한 유리조각들이 되는데요. 이들은 다양한 크기·색·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새 때문에 '바다의 보석'이라고도 불려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비치코밍으로 획득한 바다유리를 활용해 북극의 모습을 닮은 무드등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구름 모양으로 잘라 왼쪽에 구멍을 낸 세로 10.6cm x 가로 17.2cm 나무판, 건전지로 작동하는 원모양 무드등, 흰색 폼클레이, 깨끗하게 세척한 바다유리, 북극곰 모형 등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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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유리를 북극의 빙하처럼 꾸며서 만든 북극 무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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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이 내린 북극을 표현하기 위해 구름모양 나무판에 폼클레이를 골고루 붙여줍니다. 그리고 하늘색 바다유리를 나무판에 난 구멍 반대쪽에 올려서 폼클레이로 고정해 빙하를 표현해요. 나무판 왼쪽에 난 구멍 안에는 무드등의 밑부분을 넣고 폼클레이로 위치를 고정합니다. 마지막으로 북극곰 모형을 바다유리와 무드등 사이에 올리면 바다유리를 활용한 북극 무드등이 완성되죠. "폼클레이가 충분히 굳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3일 이상 잘 건조해야 무드등과 폼클레이 위에 얹은 소품들이 떨어지지 않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어두운 실내에서 조명을 켜봤는데요. 원형 무드등이 북극에 뜬 보름달처럼 보였죠. 무드등의 빛을 받아 바다유리로 만든 빙하도 반짝였습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주운 모든 유리조각이 업사이클링 공예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산책공방에서 만드는 바다유리 공예는 풍화작용으로 테두리가 자연스럽게 반들반들해진 유리만 세척해서 염분을 없애 사용해요. 테두리가 날카로운 유리를 해변가에서 봤다면 집게를 사용해서 주운 뒤, 분리수거를 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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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코밍에서 주운 유리조각들로 만든 공예품들. 바다유리는 색깔·형태·크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장식용 액자·무드등·모빌·열쇠고리 등 여러 소품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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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주운 쓰레기가 모빌·무드등·스노볼·액자 등 공예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한데요. 이렇게 비치코밍으로 얻은 부산물을 공예품으로 활용하면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소재에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양 오염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환기시킬 수 있죠.

이제 바닷가를 산책할 때마다 장갑·집게·쓰레기봉투를 함께 들고 가서 쓰레기를 주워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나라 해안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은 물론, 나만의 생활소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도 찾을 수 있답니다.

동행취재=권혜원(서울 당서초 6)·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 비치코밍과 해안 쓰레기 처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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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 쓰레기 통계

해양환경공단은 우리나라 동·서·남해 연안의 일부를 선정해 2개월에 1번씩 정기적으로 해안 쓰레기 조사를 합니다. 2023년에는 60개의 연안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요.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어떤 종류의 쓰레기가 많이 발견되는지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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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비치코밍 업사이클링을 취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는 해양 생물들을 보며 자연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고, 버려졌던 것들이 예술의 재료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바다유리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각 조각이 가진 고유한 색상이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버리는 것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도 느꼈어요. 이번 취재는 환경 보호를 함과 동시에 예쁜 작품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답니다.

권혜원(서울 당서초 6)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새로운 환경 보호 활동을 알게 되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산책공방에서 직접 비치코밍 아트 체험을 하며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름답게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저는 북극 무드등을 만들었는데 하늘빛 바다유리로 빙하를 표현했고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이 많아 지구가 점점 아파진다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콜라병 모형도 넣었어요. 만들면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점점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극지생명체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슬픈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엔 플로깅이나 비치코밍이란 단어가 생소했지만 뜻을 듣고 나니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이미 한 번쯤은 해본 경험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취재 후 친구에게 플로깅과 비치코밍 업사이클링 공예에 대해 아는지 물어봤더니 처음 들어본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플로깅·비치코밍 업사이클링 공예 등 환경 보호 활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니 앞으로 더 홍보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다음에 바닷가에 놀러 가면 제대로 된 비치코밍을 해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비치코밍은 해양 레저로서 즐길 수도 있고 환경 오염도 막을 수 있어 일석이조이기 때문입니다.

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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