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이익 추구할 기회 충분해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 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을 시발점으로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게 되면 세계 교역도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출범이 우리 경제에 무조건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예단에 불과하다. 되돌아보면 오히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가 겪은 대미 불확실성이 더 많았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때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7년 3.4%, 2018년 3.2%를 기록한 바 있다. '오바마 2기' 마지막 해인 2016년(3.2%)과 유사한 흐름이다. 물가상승률 역시 2017년과 2018년 각각 1.9%, 1.5%를 기록해 2% 미만을 유지했다. 조건반사적 우려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에 닥친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위협과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리스크 면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대미 무역수지 균형의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직접 겨냥해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위한 압박에 나설 수 있다.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8대 무역적자국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미국산 가스와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이 가시화될 경우 무역수지 균형을 위한 카드인 동시에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나아가 주요 에너지 수입원을 다양화한다는 실익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조선업 분야에서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 입장에선 방어적으로 나설 분야와 직접적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공존하는 셈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정책도 우리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제품에 60% 이상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태세다. 중국 수출물량이 여전히 많은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반면 중국과 경합하는 일부 품목에서 한국산 제품의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
우리는 오히려 새로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에 양국 간 윈윈 가능성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 가령 우리나라의 글로벌 투자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기간 20%대였다가 바이든 행정부 기간인 지난해에는 43%를 기록했다. 트럼프 1기 때 요구했던 대미투자 비중이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시절 오히려 갑절 이상 늘었다. 그만큼 양국은 산업 공급망을 중심으로 끈끈한 경제동맹을 이루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산업 연계가 윈윈 관계로 고도화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수출품목 가운데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미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17년 49.4%에서 지난해 50.1%를 기록했다. 중간재는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을 의미한다. 중간재가 없다면 미국도 글로벌 제조강국을 건설할 수 없다. 중간재를 공급하려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이 첨단산업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의 중간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는 상호 의존성이 높다. 이처럼 트럼프 2기가 우리 경제에 일방통행식 통상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내는 게 지금 필요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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