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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긴장하라, 언제 어디서 때릴 줄 모른다”…‘관세맨’에 한국 주력산업 어디로 [다시 트럼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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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월 15일 연설에서 이 한마디로 차기 행정부의 모든 통상정책을 응축해 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기본관세 10~20%를,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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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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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무역수지 불균형이 큰 업종에 대해서는 ‘핀셋 견제’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칩스법(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진상태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에 비상등이 켜진 것도 그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폭탄 현실화되면···車산업 직격탄

국제 통상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관세 압박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한국에 보편관세 10~20%를 부과할 경우 직접적으로 줄어드는 총수출액(152억~304억 달러)에 더해 미국이 제3국에 관세를 부과해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수출이 감소(47억~116억달러)하는 경우, 상대국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산 중간재 수출이 줄어드는 경우(6억~28억 달러)를 고려한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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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자동차 수출 선적부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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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가장 취약한 곳은 자동차 산업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對) 미국 무역수지는 398억 8483만 달러로, 이 중 승용차 품목이 177억 4436만 달러로 44.5%를 차지했다. 자동차부품도 대미 무역수지가 60억 2250만 달러를 기록해 바로 뒤를 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 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편 관세가 부과되면 내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감소분은 각각 2조7000억원, 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아는 멕시코에 공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25% 관세를 매기면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산업정책 방향전환에···반도체·2차전지 전전긍긍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칩스법(반도체법) 등 바이든 정부가 주도할 산업정책을 틀을 흔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의 IRA를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자 ‘녹색사기’라고 비난해 왔다. 칩스법에 따라 해외기업에 제공할 보조금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왔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의 산업정책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는 점에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칩스법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텍사스주)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는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64조원, 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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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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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업계도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국내 2차전지 업계는 IRA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혜를 받왔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대비해 AMPC를 조기 현금화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AMPC는 실제 현금이 들어오기까지 최대 1년이 걸리는데 이 권리를 타사에 매각해 유동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와 2차전지 사업에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공존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강력한 봉쇄 정책을 내놓게 되면 반도체 산업내 중국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들게 되고,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여기에 더해 국내 기업들의 대미투자의 상당수가 공화당 지역구에 집중돼 있는 만큼 IRA와 반도체법에 대한 전면적인 백지화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에서도 한국의 돋보이는 대미투자 실적을 미국과의 대화 과정에서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미국 대선 직후 나온 보고서를 통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향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분야의 수출이 현지 생산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미국측에) 무역수지가 서서히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다 우리 다죽어”는 아냐···트럼프 꼭 찝은 ‘K-조선’은 날개

트럼프 재집권으로 수혜를 보는 산업도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을 콕 찝어 언급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는 수출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으며,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길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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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풍경. <사진=HD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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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간 협력이 확대될 분야는 미 해군 정비·수리·운영(MRO) 분야다. 함정과 지원 선박의 유지, 보수, 정밀검사를 뜻하는 말로 미국의 MRO 시장은 연간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국내 조선 업계는 MRO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아울러 최근 미국은 조선소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군함 건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국내 조선에는 호재다. 미 해군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468억달러(약 200조원)를 들여 55척의 함정을 건조할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정책의 변화도 국내 조선업에는 기회요인이다.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선회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해당 에너지원의 운반선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은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와 LPG운반선은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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