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 사람 콕 찍어 “행정부 초대 안해”
자신 비판했던 인물 쳐내며 ‘경고’ 메시지
지난 7월 16일 미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니키 헤일리(왼쪽) 전 유엔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미소를 지으며 이를 지켜보고 있다./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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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콕 집어 2기 행정부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9일 밝혔다. 헤일리는 공화당 경선때 트럼프와 마지막까지 경쟁하면서 날 선 발언을 주고 받았고, 폼페이오는 1기 최측근이었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선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거나 외부 유세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지지자들로부터 받아왔다. 미 언론들은 “사실상 충성심을 참모 발탁 기준의 최우선에 두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트럼프 2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글에서 “니키 헤일리 전 대사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현재 구성 중인 트럼프 행정부에 초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이전에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매우 즐겁고 감사하게 생각했으며, 우리나라를 위해 봉사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싶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헤일리는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초반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지난 3월 사퇴했다. 당시 그는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나는 항상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트럼프가 당의 지지를 얻는 것은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며 명확한 지지 의사는 밝히지 않아왔다. 막판에 트럼프에게 투표를 하겠다고 했지만 공개 유세 등에는 나서지 않았다. 사실상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심점으로 인식돼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전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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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와 더불어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무장관을 지냈던 폼페이오까지 참모 기용 명단에서 제외되자 미 정가는 의외란 반응이다.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때 외교안보 참모로는 2기 외교안보사령탑으로 유력 거론되는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대사와 함께 유일하게 연설을 해 다시 한번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작년 초 그가 트럼프에 맞서 공화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작년 3월 폼페이오는 폭스뉴스에 출연, “이번 대선에서는 사려 깊고, 미국을 가장 뛰어난 국가로 만들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며 “이들은 인터넷을 폄하하지 않고, 햄버거를 던지지도 않으며, 모든 시간을 트위터나 생각하며 보내지 않는다”고 했었다. 트럼프를 사실상 겨냥한 말로 이후 트럼프와 본격 각을 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지만 불과 한 달 뒤 대선 불출마를 발표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명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은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트럼프에 맞서) 대통령 출마를 노렸던 그가 내각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그를 신뢰할 수 없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내부 강성 측근들의 이 같은 주장을 트럼프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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