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월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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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7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안하무인이요, 오만불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했습니다. “어찌 됐든 사과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는 ‘아무것도’와 같은 말입니다. ‘불찰’, ‘부덕의 소치’라는 단어도 진부합니다. ‘어찌 됐든 사과’는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다는 뜻입니다. 진정성이 없을 때 이런 표현을 씁니다.
각종 의혹은 하나하나 다 반박했습니다. 결국 자신과 김건희 여사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다음날 아침 거의 모든 신문이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과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큰일입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11월7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대통령 긍정 평가는 19%였습니다. 2주일 사이에 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부정 평가는 67%에서 74%로 무려 7%포인트 치솟았습니다(이하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11월8일 발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17%로 지난주보다 2%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부정 평가는 74%로 2%포인트 올라갔습니다.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는 중입니다. 국정 지지율은 어디까지 떨어질까요? 바닥이 있기는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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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여론조사 중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조사가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11월1일과 2일에 한 ‘윤석열 대통령 중도 하차’ 여론조사입니다. 중도 하차에 ‘찬성한다’ 58.3%, ‘반대한다’ 31.1%, ‘잘 모르겠다’ 10.6%였습니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장점은 선출직 공직자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다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5년 임기를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은 악화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습니다. 기자회견 이후 중도 하차 찬성 의견이 더 높아졌을 것입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 중도 하차는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봐야 합니다. 앞으로 벌어질 돌발 상황에 대비하려면 중도 하차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 중도 하차 찬성 응답자들에게 어떤 방안이 적절하다고 보는지 물었습니다. ‘국회의 탄핵 추진’ 47.7%, ‘스스로 하야’ 37.7%,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 10.3%였습니다. ‘기타 다른 방안’은 2.2%, ‘잘 모르겠다’는 2.1%였습니다. 탄핵, 하야, 개헌 세 가지 방안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11월8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
탄핵, 헌정 체제 유지…수면 밑 부글부글
대통령제 원조 국가인 미국은 지금까지 대통령을 탄핵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례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기각했습니다. 국회 시각으로 보면 한번은 성공하고 한번은 실패한 것입니다. 차이가 뭘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철희 전 의원이 최근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탄핵의 정치학’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철희 전 의원은 ‘탄핵은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탄핵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다. 탄핵의 용도는 무엇보다 헌정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 하원이 펴낸 탄핵 안내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탄핵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교정 절차라는 얘기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탄핵을 치유의 수단으로 써야지 응징의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 그러면 탄핵 대상이나 그 세력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탄핵 후에는 앙심을 품고 복수의 칼을 갈게 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타당할까요?
현재의 상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민주주의와 대통령제 등 헌정 체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보면 타당성을 갖습니다.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을 쫓아낼 목적이라면 타당성을 갖지 못합니다. 어느 쪽일까요?
탄핵의 실현 가능성은 타당성과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이철희 전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은 세개의 방패를 뚫어야 합니다. ‘의회 방패’(국회의 탄핵소추), ‘사법 방패’(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대중 방패’(민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의회 방패부터 뚫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108명 국회의원 가운데 탄핵에 찬성할 의원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중앙일보가 그 이유를 설명하는 칼럼을 잇달아 실었습니다.
“보수층은 8년 전 섣불리 탄핵에 방조 혹은 동조했다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보수 세력이 처참히 궤멸한 경험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박근혜 학습효과’로 지금 윤 정권이 무너지면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정권이 곧바로 들어설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용납할 수 없기에 ‘탄핵만은 결코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할 수밖에 없다.”(11월5일 최민우의 시시각각)
“윤 대통령 부부가 지지자마저 부끄럽게 하는 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의 거대 야당이 대안이냐는 다른 문제다.”(11월6일 고정애의 시시각각)
사법 방패와 대중 방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철희 전 의원은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탄핵은 시기상조다. 중대한 위반이 눈에 띄지 않고 초당성도 안 보인다. 여당의 균열 조짐도 없다. 국민의힘의 108석은 굳건한 의회 방패다. 대중성도 아직 없다. 이른바 ‘반윤 정서’는 크고 강하지만 이 정서가 탄핵 합의로 진화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에 소극적인 이유도 비슷합니다. 아직은 ‘스모킹건’이 확실하지 않고, 탄핵 민심도 압도적이지는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좀 더 직접적인 범죄 혐의가 드러난다면 민심이 끓어오르는 것은 순식간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냥 버티기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탄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발밑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하야, 직무역량 턱없지만 가능성 희박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이 하야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독재에 맞서 들고일어난 국민에 의해 쫓겨났고, 윤보선·최규하 대통령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에 의해 쫓겨났습니다. 어쨌든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하야는 대통령이 물러날 때만 쓰는 말입니다. 대통령이 워낙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가급적 그냥 사퇴나 퇴진이라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 최근 대학교수들이 시국 선언에서 윤석열 대통령 하야나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하야나 퇴진은 타당한 것일까요?
타당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부터 대통령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역량이 크게 부족했습니다. 앞으로도 대통령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하야나 퇴진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기자회견 때의 태도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개헌, 최선의 시나리오…결단 필요
탄핵이나 하야는 갑작스럽게 일어납니다. 예측이 어렵습니다. 권력 공백이 불가피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이 있습니다. 탄핵이나 하야로 인한 혼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타당성은 꽤 높습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입니다.
먼저 임기 2년 단축안입니다. 현 대통령의 임기를 내년 5월9일까지로 한다는 조항을 헌법 부칙에 넣어 개헌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5월9일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지금 야당 의석은 192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단축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8명 이상 끌어들일 수 있다면 개헌안 의결이 가능합니다.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국민투표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합니다.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는데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국민투표법을 의결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석 이상이면 법안 재의결도 가능합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임기 1년 단축안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임기 1년 단축을 선언하고 여야 합의로 개헌하는 방안입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 중에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임기 1년 단축 개헌에 성공하면 2026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같이 치를 수 있습니다. 2026년 5월까지 4년 임기를 보장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연정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거국 중립 내각이나 대연정은 정치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1년을 단축해 7공화국의 문을 열어젖힌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이 방안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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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인 태블릿 피시 폭로가 나온 바로 그날(2016년 10월24일) 개헌을 제의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 물타기였습니다. 국민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탄핵당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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