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음성 녹음이 공개된 31일 오전 윤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러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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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1월 중순에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외 순방 일정에 동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부부가 취임 전부터 써온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바꾸기로 했다. ‘대통령 부부와 외부인의 사적 소통’ 논란에 대한 수습책이지만, ‘김건희 특검’ 수용 요구로 분출되는 성난 여론을 다독이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의 후속 조치”라며 “김 여사가 이달 중순에 있을 윤 대통령 순방에 함께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 다수의 ‘김 여사 외부 활동 자제’ 요구에 대통령실이 내놓은 응답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취임 전부터 써온 개인 휴대전화 번호 역시 곧 교체할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와의 연락은 최대한 공식적인 창구로 하겠다는 뜻이다. 전날 윤 대통령은 명태균씨 등 외부인과 사적 연락을 유지해온 것과 관련해 ‘여론을 가감 없이 듣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취임 전 썼던 휴대전화를 안 바꿔서 벌어진 일’이라며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설치를 미뤄온 제2부속실도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을 실장으로 발령내 가동하기로 했다. 김 여사의 집무실은 따로 마련하지 않고, 직원 사무실과 외국 정상 배우자들과 대화할 접견실만 운영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후속 조처에 더해 인적 쇄신 작업도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내각과 대통령실에서 일할 새로운 인물에 대해) 물색과 검증을 하고 있지만, 시기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이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자진 철회한 것도 그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 전 비서관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의 ‘81분 차담’ 당시 인적 쇄신이 필요한 ‘김건희 여사 라인’의 한명으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대통령실의 이런 움직임은 일정을 앞당겨 진행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전날 논란이 된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7%로 취임 뒤 최저치(이전 19%)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조처들로 악화된 민심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이 밝힌 김 여사의 대외 활동이나 국외 순방 동행 중단도 항구적인 조처가 아니다. 외교 상황과 방문 상대 등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전화번호 교체도 사적 소통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줄이겠다는 상징적 조처에 가까워 보인다.
정치권 반응은 싸늘했다. 근본적이긴커녕 중단기 미봉책도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부인의 국정농단에 대해 사과하랬더니, 부부싸움과 휴대폰 변경으로 해결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언에 전 국민이 아연실색했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건심(김건희 여사의 마음)이 민심을 이겼다”며 “앞으로가 문제다. 뒤늦게 휴대폰을 바꾸고 김 여사가 순방에 안 가면 국민이 납득할까”라고 적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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