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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현장의 시각] 정년 연장 논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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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김양혁 기자.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취임사에서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 75세로 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제안에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75세로 연장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는 “정년 연장 첫해에는 정년 피크 임금의 40%를 받고 10년 후인 75세에도 20%를 받아 생산 잔류 기간을 10년 연장하려고 한다”고 했다.

정년 연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대구시는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높여나가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한 바 있다.

65세 정년 논의는 국민연금 개혁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 의무 납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또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나이도 그동안 조금씩 높아져 2033년부터는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정년 연장 논의 과정에 넘어야 할 산이 하나둘 아니다. 이미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임금 피크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65세까지 근무하게 된다면 임금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 것인지,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은 준비돼 있는지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이 앞을 가로막을 수 있다.

게다가 75세로 노인 연령도 높인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65세부터 받을 수 있는 지하철 무임 승차,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계층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정년도 65세로 높여주고 노인 혜택도 65세에 그대로 받게 해달라는 정치적 압력을 견딜 수 있겠는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큰 방향을 잘 잡았더라도 고비마다 등장하는 세부 사항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뜻이다.

정년 연장, 노인 연령 상향과 국민연금 개혁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한번 설계를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만들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여야 모두 디테일 속에 숨어 있는 악마를 따돌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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