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동부 시간 오전 5시 35분께 경합주 중 한 곳인 위스콘신주에서 승리를 확정 지으며 선거인단 277명을 확보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제치고 당선됐다. 현재 추세대로 애리조나와 알래스카, 미시간, 네바다에서도 승리할 경우 2020년 자신이 확보한 232명은 물론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져간 306명보다도 많은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승리 선언 연설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강력한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매번 논란이 많은 선거인단만이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권자 투표에서도 우세하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0%를 기록해 47.5%를 얻은 해리스 부통령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1기를 만들어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그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유권자 투표에서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패했었다.
1.6 의회 난입 사건과 대선 패배 불복, 성 추문 논란, 중범죄 유죄 판결 등 자격 논란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전보다도 더욱 확고히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경제와 이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지목한다.
6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팜 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조기 결과 발표 후 연설하고 춤을 추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11.06 mj722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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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물가 상승…"그리운 트럼프 경제"
미국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에 신물을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 물가 상승률이 완만해지기는 했지만 이미 급등해 버린 물가에 미국인들은 트럼프 시대가 살기 좋았다고 기억한다.
뉴저지주 사전 투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은 에드워드 장 씨는 "트럼프가 말하는 것들은 정말 싫다"면서도 "요즘 식료품 쇼핑을 가면 이전보다 모든 것이 2배 비싸고 나는 트럼프 경제가 그립다"며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선거운동이 지속되는 동안 경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로이터와 입소스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경제와 일자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면서도 해리스 부통령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거주하는 저스틴 뉴하우스 씨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고통받은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보수 성향 주간지 '더스펙테이터'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만든 것이 바로 그들의 캠페인 중 하나였다는 것은 민주당원들이 기억하기 충격적일 것"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슬로건은 지난 1992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빌 클린턴이 이용한 것이다.
이 매체는 "미국 유권자들이 개인의 경제적 상황 외에 다른 어떤 것에 의해 이끌릴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었다"며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지 않고 팬데믹 이후 영국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 비해 더 강력하게 회복됐지만 인플레이션의 괴물(beast of inflation)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지는 못했다고"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히스패닉과 저소득층이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이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고통받은 집단으로 꼽힌다.
기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11.06 mj722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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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긋지긋한" 불법 이민도 승패 가른 이슈
지난 4년간 미국인들을 끊임없이 괴롭힌 중남미 불법 이민 문제 역시 이번 선거에서 큰 쟁점 중 하나였다. 유권자들은 집권 1기 이민에 강경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바이든 집권기 미국에서는 불법 이민자 문제가 미국인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바이든이 집권한 지난 2021년 1월 이후 약 1000만 명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800만 명은 미국 서남부 지역의 멕시코 국경을 넘어왔다. 반면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미국의 남부 국경을 넘은 이민자는 240만 명이었다.
텍사스주 중 친공화당 성향의 주들은 남부 국경을 건너온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이른바 성역 도시(Santuary City, 불법체류자 보호 도시)로 보냈고, 이는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도 불법 이민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으로 이어졌다.
폭증한 불법 이민은 미국인의 생활 속에 깊게 파고들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일하는 49세의 편의점 직원 헤더 토머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의 핵심이 불법 이민과 그것이 초래한 경제적, 사회적 황폐화라고 말했다. 그는 "무너진 국경은 우리나라의 끝을 의미한다"며 ""바이든과 다른 민주당원들로 인해 국경은 거의 열려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거 운동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 척결을 공약했다.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로 건너온 아이티 이민자가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도 했지만,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약속했다. 멕시코가 불법 이민을 멈추지 않으면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모든 물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 4일 마지막 유세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은 점령된 국가"라며 "점령된 모든 도시와 마을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11.06 mj722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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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 스테이트마저 민주당 심판론…해리스 설득력 부족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와 이민 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은 민주당이 우세한 블루 스테이트에서조차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떨어뜨렸다. 대표적인 블루 스테이트인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55%대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데 이는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60.8%보다 낮아진 수치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57%대로 2020년 바이든이 기록한 63%에 한참 못 미친다.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를 내줬던 블루월도 무너졌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루월에 속한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을 모두 가져가게 된다.
이처럼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지역에서 해리스의 부진한 성적은 트럼프의 강세 때문만이 아니라 해리스 부통령 자체의 설득력 부족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가 된 후 15주 동안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으로 평가받는 경제와 이민 이슈에서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결국 해리스 후보가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해당 이슈에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을 '변화의 후보'라고 선전해 왔다면서도 "하지만 현직 부통령으로서 해리스는 전통적인 '변화의 후보'의 틀에 절대 맞지 않았고,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과 남부 국경에서의 이주 문제 처리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명확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과 긴밀히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며 그에게 충성심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FP)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허시는 "해리스는 트럼프가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자신이 왜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너무 적은 시간을 사용했다"며 "9월 10일에 열린 단 한 번의 토론에서 트럼프를 압도하고, 불과 3개월 만에 10억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하며 신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는 경제와 이민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제를 설득력 있게 요약해달라는 도전에 자주 당황했다"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해리스가 패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수압 파쇄법(프래커링)에 대한 입장 변경에 대해서도 대중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허시는 "해리스는 또한 수압 파쇄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크게 실패했는데 기술 발전으로 환경 측면에서도 더 안전했다는 간단한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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