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인 제약바이오협회 상무. 사진=유수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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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대중(對中)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원료(API), 필수의약품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을 견제하려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6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2024 프레스 세미나'에서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화학 합성 기반 API 공급 국가로 떠올랐다. 의약품 원료는 다 중국에서 나온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미국도 전체 28%만 자국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수입한다. 완제의약품의 경우에도 40%는 인도에서 수입하는데, 인도는 원료의 70%를 중국에서 수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API 이슈 등을 겪으며 주요 국가들이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를 맞게 되고 바이오기술에 대한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공급망 재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올 1분기 323건의 의약품 공급 부족을 겪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는 277건으로 감소했지만 항생제, 항암제, 중추신경계, 순환기, 호르몬제제와 같은 기본적이고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들의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유럽도 제조 지연과 생산능력 부족으로 대부분의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의약품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잠재적 적대국으로 인식하고 국가 안보를 위한 적극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실행하고 있다.
중국은 제약바이오산업 후발주자이지만 정부 주도의 육성 정책을 시행하며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패스트 팔로우 전략으로 R&D 혁신을 꾀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 장려 산업으로 지정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인증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 유망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기술 확보에 나섰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아웃바운드(Out-bound) 거래도 3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바이오의약품 출시를 앞당기기 위해 자국 내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을 육성했다. 대표적으로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기준 매출 절반이 미국에서 나왔고 22%는 유럽에서 왔다. 이 밖에도 중국은 글로벌 제약사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며 상하이를 중심으로 R&D 센터를 설립하고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해 빅파마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의약품 공급망 강화를 위해 관련 행정명령 및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고, 지난 2022년 9월에는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을 통해 의약품의 자국 내 제조·생산을 강조했다. 같은 해 우시바이오를 미검증리스트(UVL)에 포함해 수출을 통제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하원이 우시바이오를 포함, 중국 바이오텍 회사(BGI, MGI, 컴플리트 지노믹스, 우시 앱택)와 계약 조달을 금지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법안의 발효는 미국 상원 본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통해 최종 확정되는데, 최근 중국 견제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다.
엄 상무는 "생물보안법 추진은 국내 CDMO기업에게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 중국 기업의 기술 및 서비스를 이용하던 기업들이 대체 기업을 필요로 할 것이고, 국내 기업들의 강점을 활용해 우방국 기업과 협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준의 CDMO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생산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2020년 기준 세계 2위 수준이다.
다만 그는 "아직 우리나라 기업 중 미국에서 사업을 제대로 하는 곳이 많지 않다. 우리에게 기회는 맞지만 인도, 일본 같은 국가의 기업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CDMO 기업들이 기회를 잡으려면 타 국가 기업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뿌리칠만한 전략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와 가장 많이 거래하는 국가 중 한 곳이 중국이기 때문에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겠다. 실제 많은 국내 업체들이 우시바이오, 우시앱택 등과 협업하고 있어 향후 기업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중국 내 공장을 설립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우리가 얼마나 성장할지 모르는 미국 시장을 위해서 중국을 배제하고 투자를 포기할 순 없으니 투트랙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상무는 API 자급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8.7%,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에 불과하다.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개국 중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국산 API 비중은 9.9%에 불과하다.
그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필수의약품과 API 자급화를 위한 정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우리 기업이 미국 진출 기회를 얻고자 한다면 품질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API, CDMO 등 산업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 약가 개선, R&D 지원 등을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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