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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검사 해임 기준은 역린인가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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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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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조국혁신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규원 검사의 해임을 결정했다. 그가 지난 4·10 총선이 끝난 뒤에도 대검찰청의 업무복귀 명령에 응하지 않고 정당 활동을 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해임은 검사에 대한 최고 수위 징계로, 해임이 확정되면 3년간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검사는 앞서 두 차례나 사표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2022년 3월10일과, 지난 총선을 앞둔 3월7일이다. 법무부는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 검사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재판 중인 점을 이유로 댔다. 국가공무원법은 비위 혐의로 기소된 경우 퇴직을 제한한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이 검사는 2023년 2월15일 이 사건 1심 재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는데,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내용상으로는 사실상 무죄 판결이었다.



법무부가 걸고넘어지는 진짜 이유는 다른 사건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사건이다. 김학의 사건에 등장하는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면담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 이 검사가 ‘검사 윤석열’의 이름을 기록한 것을 명예훼손과 ‘기획사정’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역린을 건드린 이 검사는 이 사건으로 3년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중인 공무원의 퇴직을 제한하는 것은 ‘봐주기’를 막기 위한 것이다. 나중에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돼도 이미 사표를 내고 떠나 퇴직금 등을 고스란히 챙기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이 검사는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검찰에서 수사 업무를 맡지 못했다. 사실상 ‘왕따’를 당하는 처지였다. 그 때문에 장기간 병가를 내기도 했다. 이 검사가 제 발로 나가겠다고 했을 때 붙잡았던 법무부는 이제 와서 그를 해임하겠다고 한다. 반면, 검찰의 조직적 선거개입이 드러난 ‘고발 사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는데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법무부는 오히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그를 기소했을 때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상필벌의 잣대는 똑같아야 한다. 공직사회는 더욱 그렇다. 이 검사는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고, 손 검사는 윤 대통령 부부를 위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 검사 해임의 기준은 역린인가.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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