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온 김하성.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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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끝났다. 하지만 야구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선수 이동이 많은 메이저리그는 겨울에도 소식들이 넘친다. ‘스토브리그’라는 용어도 난로(stove)에 둘러앉아 다양한 소식을 나누는 모습에서 유래됐다. 또 다른 야구 시즌의 시작이다.
올해 우리가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연 김하성(29)이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26)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지만, 이미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김하성의 행보가 큰 관심사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확인할 수 있다.
김하성은 올해가 메이저리그 4년차 시즌이었다. 2021년 적응기와 2022년 성장기를 거쳐 지난해 한 단계 더 도약했다. 152경기 타율 0.260, 17홈런 38도루를 기록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뛰어난 수비를 선보여 ‘유틸리티 골드 글러브’도 수상했다. 김하성의 위상이 높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보통 선수들은 자유계약(FA)을 앞두고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다. 동기부여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김하성도 지난 시즌을 발판삼아 올해 더 폭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올라올 듯 올라오지 못했다. 121경기 타율 0.233에 머물렀고, 홈런과 도루 수(11홈런 22도루)도 작년보다 떨어졌다. 수비와 주루가 반영되는 ‘승리기여도’에서도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지난해 5.8에서 올해 2.6으로 반 토막이 났다. 세부지표에서 강점을 보여야 할 김하성에게는 아쉬운 하락이다.
올해 김하성은 팀 방침에 따라 유격수로 복귀했다. 에프에이 시장에서 유격수는 항상 가치가 높다. 현재 계약 규모 2억달러(2789억원)가 넘는 선수 22명 중 5명이 유격수다. 하비에르 바에스(디트로이트)와 트레버 스토리(보스턴),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도 유격수를 보는 덕분에 총액 1억달러(1395억원)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김하성도 이 흐름에 맞춰 몸값을 높일 기회를 잡았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독이 됐다. 심지어 8월 중순 오른쪽 어깨를 다쳤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관절와순 부분 파열 봉합 수술로, 아직 정확한 복귀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치고 나가야 할 시점에서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김하성은 다년 계약을 위해 에프에이 시장에 나왔다. 에이전트도 스캇 보라스를 선임했다. 하지만 어깨 수술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계약 상황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내년 시즌 개막전 결장이 유력하고,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알 수 없다. 회복 속도와 복귀 일정이 최대 관건이다.
그나마 올해는 윌리 아다메스(29)를 제외하면 딱히 눈여겨볼 유격수가 없다. ‘엠엘비(MLB)닷컴’ 기자 마크 파인샌드를 비롯해 유력 매체들도 에프에이 유격수 순위에서 아다메스 다음으로 김하성을 꼽았다. ‘디 애슬레틱’ 칼럼니스트 키스 로는 “올해 유격수가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건강한 김하성은 계약 기간 6년, 연봉 3000만달러(418억원)도 받을 수 있었다”고 관측했다. 이러한 분위기면 아다메스가 소속 팀을 찾은 이후, 김하성을 주시하는 팀은 더 윤곽이 잡힐 것이다.
보라스의 수완도 지켜봐야 한다. 보라스는 에이전트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린 인물이다. 메이저리그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그러나 작년 겨울에는 선수들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하면서 ‘이전 같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으로 보이는데, 유창한 언변으로 김하성을 어떻게 홍보할지 궁금하다. 또한, 구단들은 김하성의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계약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김하성의 계약이 늦게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건 보라스의 주특기다.
‘에프에이 재수’도 배제할 수 없다. 1년 계약, 혹은 2년 계약의 첫 시즌 뒤 에프에이가 되는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할 수 있다. 후자는 지난해 보라스가 선호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더 나은 성적으로 다시 에프에이가 될 수 있지만, 계약 시점이 30살이라는 점은 불리하다. 에프에이 계약에서 ‘나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김하성의 예상 행선지는 애틀랜타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이 거론된다. 샌디에이고와 재결합도 성사될 수 있다. 올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팀에게 적합한 선수인 것도 사실이다. 무조건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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