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코리아글로브(KG) 이사장·전 통일연구원 부원장 |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용병 송출로 시끄럽지만, 통일하지 말자는 ‘통일 포기론’의 파문이 여전히 크다. 정부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들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다니 충격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한을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포기한 분단 고착의 ‘두 국가론’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
통일 포기론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국력이 회복되고 강성해질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책략이다. 대한민국의 통일 의지와 통일 역량의 약화를 기대하는 평양을 받드는 언동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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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가론, 한반도 평화 보장 못해
통일, 동북아와 세계 평화의 첩경
‘분단평화’ 넘어 ‘통일평화’ 준비를
일러스트=김회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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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우리의 선택이나 거부 대상이 아니다.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통일에 대한 전향적 사고가 필요하다. 통일은 ‘평화 혁명’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의 안정과 함께 세계 평화로 가는 첩경이다. 통일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화합장이자 평화의 허브다.
세계 10위권 선진국 중에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던 나라는 한국뿐이다. 여기에다 산업화·민주화·정보화의 성공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됐다. 통일되면 수난의 약소국가였던 한국은 8000만 한민족의 번영과 함께 세계 속에 우뚝 솟게 되니 가히 평화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세 단계를 거쳐 해체됐다. 경제붕괴와 체제붕괴에 이어 국가붕괴의 길을 밟았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경제붕괴 상태이지만, 지정학적 특수성에다 핵 개발 전략으로 체제붕괴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수령체제의 후계자 구도를 비롯한 미래 전망이 매우 불안정한 가운데 체제 내구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수령체제의 최대 위협으로 여긴다.
북한의 선전과 실상을 구분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힘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를 꿈꾸기는 어렵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핵무기가 세습 수령체제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지정학적 줄타기에서 미끄러지는 날이 올 수 있다. 콘크리트 장벽과 지뢰, 공개 처형으로 협박해도 외부 세계의 정보와 한류를 막을 수는 없다. 국제정세 변동에 따라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통일은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다음 몇 가지 선언과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 첫째, 통일되면 북한 고위층의 과거사를 일체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선언하자. 시효가 없는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가 아니라면 당·정·군 고위층의 과거사는 화해와 통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들에게 출구가 필요하다. ‘과거사 일체 불문’ 선언으로 최고 존엄을 에워싼 특권·특혜 통치층의 결속을 허물 수 있다.
둘째, 통일의 최우선 수혜층은 북한 주민이라고 선언하자. 북한 동포는 노예 상태에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통일로 북한 동포의 자유와 인간다운 경제생활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북한 지역의 특별 행정구역 선포와 재국유화 조치가 바람직하다.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소득 증가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혼란 없이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우리 국민의 인내와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 양보와 나눔의 정신을 발휘할수록 통일은 빨리 오고 통합은 수월해진다. 북한은 부담이 아닌 엄청난 자산이다. 2500만 북한 인구와 인재는 ‘통일 코리아’의 커다란 자원이다. 북한 노동력을 수용하면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기회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 평화, 후 통일’의 입장에서 분단의 평화적 관리를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분단 평화’는 북한 체제의 반(反) 평화적 속성 때문에 안정적인 평화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국민의 지지, 남북의 대안 체제 합의, 국제 협력의 세 축을 통일의 기둥으로 삼아 ‘분단 평화’를 넘어 ‘통일 평화’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떠맡는 통일보다는 적극적으로 껴안는 통일, 기다리는 통일보다는 다가가는 통일을 추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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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코리아글로브(KG) 이사장·전 통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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