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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한동훈 ‘명태균 녹취’ 작심발언에… 尹, 기자회견 이달말서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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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

韓, 국민 의혹 해소 역부족 판단

당선인 신분 해명 등 언급하며

“법리 앞세울 때가 아니다” 비판

당 원로·일부 중진도 쇄신 목소리

민주 “특검 미룬 韓 진정성 없어”

쇄신 평가절하… 김여사 특검 압박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간 통화 녹음 공개 후폭풍이 일고 있는 현 국면을 “정부·여당의 큰 위기”라고 규정하며 윤 대통령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과의 ‘10·21 회동’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해 제기한 ‘4대 요구’에는 “즉시”라는 조건이 추가됐고, 윤 대통령의 사과와 개각 등 국정 쇄신, 엄정한 수사를 새로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김영선이 좀 해줘라” 발언이 공개된 후 나흘간 침묵하며 고심한 끝에 변화와 쇄신 기조로 정면 돌파를 택한 셈이다. 이후 윤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검찰은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수사하는 창원지검 수사팀 보강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일단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여전히 최소치로 특검을 요구하고 있어 한 대표의 쇄신책으로 국면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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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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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쇄신 강공 드라이브

한 대표의 어조가 더욱 강경해진 것은 그간 정확한 사태 파악에 주력하며 용산의 ‘결자해지’를 기다렸으나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대표 측은 특히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말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문제없다”고 의혹을 일축하거나 “민간인인 당선인 시절 통화였다”며 법망을 피하려는 데에만 급급한 용산의 모습이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뭔가를 감추고 빼고 하려다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은 국민께 법리를 앞세울 때는 아니다. 국민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씀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원로·중진과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서도 쇄신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점도 이날 강공 드라이브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달 15일,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공세 전환 채비를 갖추려던 계획이 틀어진 점 역시 ‘더는 실기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주말 민주당 장외 집회가 ‘헌정 중단 선동’이었다며 “우리의 변화와 쇄신이 음모와 서푼짜리 협박을 막아내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지금 정치는 국민이 아니라 개인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며 여야가 ‘김건희·이재명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음을 지적한 뒤 “잘못을 인정하면 (국민은)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 그렇게 위기의 한 페이지를 넘기면 더 큰 기회의 한 페이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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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국정 쇄신 등을 주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한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 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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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담화 결정한 尹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구에 한나절 이상 답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외교 일정을 마무리하는 이달 말쯤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만 무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0, 11월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 대국민담화를 했으나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등 발언이 역풍을 불러일으킨 전례가 있는 까닭에 대통령이 해명 또는 사과를 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SBS라디오에서 “집이 훨훨 타고 있는데 ‘일주일 뒤에 물 갖고 올게’라고 얘기하는 것과 별다를 게 없다”고 쏘아붙이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윤 대통령은 담화에 더해 기자들 질문을 받기로 결단했다. 질문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김 여사와 함께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창원지검 수사팀에 검사 3∼4명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이 사건은 창원지검 형사4부 검사 5명과 지난달 파견된 공안 전문 검사 2명 등 총 7명이 수사 중이어서, 이 안이 실현되면 수사팀 규모가 10명 이상으로 불어난다. 대검은 지난달 계좌 추적 전문 요원 1명을 지원한 데 이어 이날 요원 1명을 추가 파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검사 추가 파견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친윤계는 대통령실의 쇄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정 간 단합’에 무게를 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지금은 국면 전환을 위해 뭐든지 해야 할 때”라면서도 “보수 단일대오로 윤석열 정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소위 테이프라고 해서 나온 것도 조작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설사 조작이 아니라고 해도 그 내용은 그냥 덕담을 한 것 정도”라며 “우리가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쇄신책을 평가절하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이 사는 길은 ‘김건희 특검 수용’밖에 없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도 민심을 따르라”고 했고,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가 무능한 여당 쫄보 대표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특검)을 미루면서 대통령한테만 요구하는 건 진정성 없다”고 꼬집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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