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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토)

36년간 한우물 팠던 판사 출신 이 남자 …24시간 무료 AI법률상담 서비스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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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국가AI위원회 법·제도분과 위원장
AI 활용한 법률서비스 주장
‘법조계 스티브 잡스’로 유명

변협 리걸테크 규제 이해하지만
신기술 인정하며 상생 나서야

AI가 판결문 학습할 수 있도록
판결문 정보 공개 등 서둘러야


매일경제

강민구 국가AI위원회 법·제도분과위원장. [사진 출처=조인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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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서 국내 리걸테크에 제한을 가해도 미국 거대 인공지능(AI) 기업들의 국내 침투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변협은 원만한 협의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강민구 대통령실 직속 국가AI위원회 법·제도분과위원장(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4기)은 지난 1일 매일경제와 만나 변협과 리걸테크 업계를 둘러싼 갈등에서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인들의 AI 서비스 활용 필요성을 최초로 강조한 그는 ‘법조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강 위원장은 1988년 법관 생활을 시작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지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올해 4월 법복을 벗었다. 현재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로 활동 중인 그는 올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국가AI위원회의 법·제도분과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강 위원장은 변협 집행부가 리걸테크 혁신을 제한적 조치로만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협이 회원 권익 위주로 이 사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신기술을 인정하고 회원들의 직역 수호를 위해 앞으로 AI를 어떻게 능동적으로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개척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변협 집행부가 리걸테크 혁신의 본고장인 미국에 직접 가서 시찰하고 현지 리걸테크 기업들과 변호사 단체의 상생 모습을 확인하고 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때 리걸테크 혁신을 바라보는 한국 변협의 시각은 다소 엄격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올해 3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24시간 무료 AI 법률상담 서비스 ‘AI대륙아주’를 출시하자 변협은 바로 엄중 경고와 징계의 칼을 꺼내 들었다. 이 과정에서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등 7명이 변협 징계 대상에 올랐다.

변협은 앞서 법률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소속 변호사들도 징계 조치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변협에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는데, 최근 법원에서 해당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즉각 “변협의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법원이 인정했다”며 한층 더 높은 감시와 규제를 예고했다.

강 위원장은 “변호사들 직역 수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변협 주장도 경청할 만한 내용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일부 AI 전문가들 사이에서 변협의 규제 행보가 조선 말기 쇄국정책과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국내 법조계에서의 리걸테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강 위원장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사법부 예산 부족’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판결문 비공개’를 꼽았다.

사법부는 판사 업무 효율 강화를 위해 사건의 유사 사례(판결문)를 AI가 자동 추천해주는 기술 등을 골자로 하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당초 올해 9월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예산 부족 등 문제로 연기했다. 강 위원장은 “AI를 도입하면 향후 법관 증원 예산보다 더 적은 예산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예산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판결문 공개 이슈에 대해서는 “법원 외부로 판결문이 공개될 때는 익명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과도한 익명 처리가 이뤄지면 판결문이 암호문처럼 바뀌어서 AI 학습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며 “특별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보완을 통해 지나친 익명화는 막고, 가사나 성 관련 사건을 제외한 일반 사건은 실명 그대로 공개될 수 있도록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AI 도입으로 인한 실무 담당 저연차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들의 피해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기존에 하던 서류 작성 등 업무에 AI를 활용하면 훨씬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법조계에서도 AI를 필두로 ‘업무 환경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강 위원장 입장이다.

그는 “AI가 법조에 본격 도입되면 현재 어쏘 변호사 여러 명이 하던 업무를 AI를 활용하는 1명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존의 젊은 변호사들은 단순한 송무 업무를 넘어 AI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업무를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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