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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판결문으로 본 정원영 전 용인시정연구원장 직위 해제·해임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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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스핌] 우승오 기자 = 용인시정연구원은 지난 2022년 10월 6일과 17일 시 사무검사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원영 전 용인시정연구원장이 중대 비위를 저질렀다며 직위 해제하고 자택 대기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사회를 열어 해임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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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용인시 처인구에서 기흥구 기흥로 60의 1 ICT밸리 C동 11층으로 자리를 옮긴 용인시정연구원 CI. [사진=뉴스핌 DB]


백군기 전 용인시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21년 10월 28일 용인시정연구원장에 취임한 정 전 원장은 임기 3년 중 채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 낙마한 신세가 됐다.

취임 당시 "연구원이 도시 미래 비전과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용인시 연구의 본산이 되도록 소임을 다하겠다"던 포부는 온데간데없이 허공 속으로 흩어졌다.

대신 연구원 이사장인 이상일 용인시장과 정 전 원장 사이에 '네 탓 공방'만 난무했다.

갑질, 공작, 낙인, 만행, 사퇴, 시비, 실추, 악행, 압력, 자극, 자행, 저항, 종용, 참칭, 표적, 거짓말, 뒤통수, 희생양, 명예 훼손, 사필귀정, 업무 방해, 인격 살해, 적반하장, 찍어내기, 침소봉대 같은 단어가 어지럽게 나돌았다.

정 전 원장은 "정치와 관련한 찍어내기 희생양이 됐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처분 부당성을 주장했고, 이 시장은 "갑질로 고통 받은 직원에게 사과는 고사하고 외려 희생양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편다"며 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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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시장. [사진=뉴스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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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 전 원장은 옳고 그름을 가리자며 해당 처분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그는 지난 2022년 11월 4일 직위 해제와 자택 대기 명령,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1심 판결을 선고할 때까지 처분 효력을 정지하고 연구원장 모집 행위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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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전 용인시정연구원장. [사진=뉴스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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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은 같은 해 12월 27일 "정 씨 비위 정도가 가볍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정 전 원장은 지난 1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흥 미래를 바꾸려고 나섰다. 국민 삶을 돌보지 않는 검사 독재 정치를 심판하고 절망의 정치를 희망의 정치로 바꾸겠다"며 돌연 22대 총선 용인을 선거구 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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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전 용인시정연구원장이 지난 1월 24일 용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2대 총선 용인을 선거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뉴스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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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 전 원장은 같은 달 18일 더불어민주당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적격 판정을 받고 나흘 뒤 기흥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용인을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터였다.

정 전 원장이 해당 사건으로 소송이 계류 중인 상황에서 촘촘하기로 소문난 민주당 공직후보자검증위 그물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하튼 정 전 원장 총선 도전은 지난 2월 21일 민주당 중앙당이 용인을 선거구에 현 국회의원인 손명수 전 국토교통부 차관을 전략 공천함으로써 미완으로 남았다.

정 전 원장은 지난 5월 8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민주시민과 소통 창구로 마련한 '민들레 들판'에 "정치인은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한다. 국민은 말 한마디로 정차가의 자질과 능력을 곧바로 판단한다"고 시작하는 '정치인의 언격(言格)'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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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전 용인시정연구원장이 지난 5월 '시민언론 민들레'에 칼럼을 썼다. [사진=시민언론 민들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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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정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22대 총선 당선자 축하 겸 낙선자 위로 모임이나 민주사회를 위한 용인시민 토론회, 고 이희호 여사가 시작했다고 알려진 '사랑의 친구' 바자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정치 행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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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전 용인시정연구원장이 지난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총선 당선자 축하 겸 낙선자 위로 모임에 깜짝 참석했다며 함께 찍을 사진을 올렸다. [사진=정 전 원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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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전 용인시정연구원장이 1심 선고 공판 이후인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대중 전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시작한 '사랑의 친구' 바자회에 참석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과 함께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정 전 원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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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 전 원장이 제기한 본안 소송 1심 법원 판단은 어땠을까.

수원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오창민)는 지난달 24일 정 전 원장이 용인시정연구원을 상대로 제기한 '직위 해제 처분 취소 등' 사건 선고 공판<뉴스핌 2024년 10월 25일자 보도>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며 또다시 용인시정연구원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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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봉과 디케의 저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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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원장은 선고 공판 이후 본보와 통화에서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3일 현재까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정 전 원장이 제기한 문제는 크게 절차상 위법과 실체상 위법 두 가지다.

그는 상근 임원인 자신에 대한 직위 해제 처분권자는 용인시정연구원 이사장인데, 이사장이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을 경우 정관 규정에 따라 직무 대행자인 원장·이사 중 연장자 순으로 직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이 시장이 이사장 지위를 당연승계했다고 보고 직위 해제나 해임 처분을 했기에 중대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임 처분에 관한 결의는 이사장 자격이 없는 이 시장이 소집한 이사회에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정관에 따른 재적 이사 7명 이상 해임 요구가 없는데도 이 시장과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당연직 이사 3명 찬성으로 의결했기에 위법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 전 원장은 실체상 위법으로 직위 해제와 해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직위 해제와 자택 대기 발령은 '중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라는 형식상 사유로만 이뤄졌고, 해임을 포함한 각 처분은 조사 결과에 근거했지만 조사 결과 자체가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했거나 대부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논리도 폈다.

설령 각각의 징계 사유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비위 행위 내용이나 정도를 고려할 때 자신에게 견책을 비롯한 더 낮은 수위의 징계를 적용하지 않고 곧바로 해임 처분을 한 행위는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거였다.

게다가 용인시정연구원 이사장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 시장은 자신을 전임 시장 재임 중 임명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종용하는가 하면 처분 동기의 부정성도 인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각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라고 어필했다.

하지만 1심 법원 판단은 정 전 원장 주장과 온도 차가 컸다.

증인들의 서면 증언과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할 때 해당 사건 처분을 무효로 볼 만한 중대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정 전 원장 주장을 배척했다.

다만, 이 시장이 용인시정연구원 이사장 직을 당연승계했다고 주장한 부분을 문제 삼은 데 대해서는 정 전 원장 논리를 인정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정관 제17조 제3항은 당연직 이사와 감사는 현직 재임 기간이라고 정했고, 정관 제13조 제1항은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한다고 규정했기에 전임 백군기 시장 임기 만료로 (이상일 시장이) 새로 당연직 이사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이사장 지위도 당연승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교통정리했다.

그러면서도 "용인시정연구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이 시장은 당연직 이사로서 그 당시 이사 중 가장 연장자였으므로 정관에 따라 이사장 직무를 대행할 권한이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며 "반면 정 전 원장은 이 시장보다 연장자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직위 해제 처분'과 '징계 안건에 관한 이사회 소집'은 정 전 원장과 이해가 상반된 행위에 해당해 각 행위에 관해서는 정 전 원장이 이사장 직무를 대행할 권한이 없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시장이 해당 사건 각 처분과 이사회 소집 통지를 하면서 직무 대행자 표시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정 전 원장 주장과 관련해 법원은 이 시장에게 직무 대행 권한이 있었다고 보는 이상 그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사건 각 처분을 무효로 볼 만큼의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정 전 원장이 이사회를 소집해 이사장을 호선하고, 이사장이 정 전 원장에 대한 징계를 목적으로 한 이사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관에서 이사장이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을 경우 직무 대행자에 관한 규정을 둔 이상 해당 사건 각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정 전 원장 주장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재적 이사 7명 이상의 해임 요구가 없었는 데다 당연직 이사 3명 찬성으로만 결의가 이뤄졌다는 정 전 원장 주장도 법원은 일축했다.

법원은 "해당 사건 이사회 결의 당시 용인시정연구원에는 정 전 원장을 포함해 당연직 이사 4명만 있는 상황이었다"며 "정관 제21조 제2항에서는 '이사회는 재적 이사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할 뿐 이사회 결의가 반드시 선임직 이사를 포함해 이뤄져야 한다고 볼 만한 규정은 찾을 길이 없다"고 했다.

이어 "정관 제18조 제2항에서는 재적 이사 7명 이상이 해임 요구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고의 또는 과실로 연구원에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초래했을 경우에도 재적 이사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해당 사건 이사회 결의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법원은 해당 사건 조사 결과나 증인의 서면 증언에 비춰볼 때 정 전 원장 귀책사유로 용인시정연구원 선임직 이사 선임이 지연됐다고 봤다.

실체상 위법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명쾌하게 결론을 내렸다.

각종 증거와 증인들의 서면 증언,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직위 해제와 해임 의결 사유는 모두 인정된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정 전 원장이 직위 해제와 자택 대기 명령 처분을 받을 무렵 감사원 조사나 검경 수사를 받았다는 증거나 정황은 없지만, 직위 해제 사유에는 '중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도 포함하기에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

처분에 앞서 시 정책기획과는 지난 2022년 8월 10일부터 23일까지 정 전 원장 업무 전반에 대한 사무검사를 벌여 부당한 업무 처리 따위 이유로 해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용인시정연구원에 통보했다.

시 감사관실 역시 정 전 원장 비위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같은해 8월 17일부터 9월 21일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직무상 권한 남용, 기관장 품위 손상을 사유로 용인시정연구원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시 정책기획과 사무검사나 감사관실 조사 결과에는 충격을 줄 만한 내용도 있다.

▲이사회 구성 미비로 인한 연구원 운영 차질 초래 ▲연구원장의 부당한 채용 취소로 인한 연구원 손실 발생 ▲연구원장의 일관성 없는 인사업무 지시와 부당한 업무추진비 사용 ▲연구원장의 검사 업무 비협조와 불성실한 복무 태도(정책기획과) ▲업무 외 개인 용무 지시 ▲갑질 언론 보도 이후 피해자 줄곧 괴롭힘 ▲위계와 강압에 따른 확인서 작성 지시 ▲직원 외모 비하, 모욕을 주는 발언, 비인격 대우 ▲직무상 위계에 의한 지나친 전결권 제한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 회피와 거부(감사관)가 정 전 원장 비위 행위다.

사무검사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전 원장은 지난 2022년 3월 17일 시행한 연구원 채용과 관련해 합격 공고한 A씨를 정당한 근거 없이 독단으로 채용을 취소하라고 지시했고, 정당한 권한이 없는 '채용전형위원회'를 거쳐 채용 취소를 결정함으로써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 채용 취소에 대한 구제 명령을 받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게 함으로써 연구원에 손실을 입혔다. 게다가 지급 명령을 기한 안에 이행하지 않아 공공기관 신뢰도마저 훼손했다.

같은 해 7월 12일께는 여직원에게 와이셔츠에 묻은 빨간 국물을 빨도록 지시하는 과정에서 해당 여직원과 단 둘이 있는 원장실에서 와이셔츠를 벗고 속옷을 보이면서 바람막이 점퍼로 갈아입은 뒤 와이셔츠를 건넸다.

법원은 "해당 사건 사무검사와 조사 결과에 따라 드러난 비위 행위 내용이나 정도가 가볍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 전 원장 비위 행위가 언론에 보도까지 된 사정을 고려할 때 그로 하여금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면 공무 집행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손상할 여지가 있고, 피해 직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기에 그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필요성과 당위성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해당 사건 비위 행위 중 직장 내 괴롭힘이 포함된 점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근로기준법과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예방·대응 매뉴얼, 관계부처 합동 공공분야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은 갑질 따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사용자는 지체 없이 징계, 근무 장소 변경 같은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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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이미지. [사진=네이버 블로그]


법원은 시 사무검사와 조사 결과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고 과장됐다는 정 전 원장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다수의 용인시정연구원 직원들이 조사 결과에 적시한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문답서와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B·C씨가 법원 서면 증언에서 사실관계나 피해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데다 해당 직원들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정황이나 사정은 찾을 길이 없다고 짚었다.

또 해당 사건 조사 결과에 부합하는 각종 경위서, 정 전 원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연구원 채용이나 채용 취소와 관련한 자료도 확인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더구나 정 전 원장이 직원에게 업무 외 개인 용무를 지시하고 외모 비하 발언을 하거나 확인서 작성을 지시했다는 지적 사항 중 일부에 관해서는 정 전 원장 또한 그런 언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도 조목조목 탄핵했다.

법원은 "직위 해제와 자택 대기 발령 처분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을 뿐 아니라 연구원이 해당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기에 재량권 범위 안에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고"고 했다.

이어 ▲용인시 출연금으로 연구원을 설립·운영하는 점 ▲시에서 업무 감독을 받는 법인으로서 수행하는 업무가 공익 성격을 띠는 점 ▲연구원장은 그 누구보다 모범이 돼 조직 문화와 건전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할 책무가 있는 점을 들어 정 전 원장 비위 행위 태양(양태)이나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법원은 "연구원 직원 다수가 정 전 원장 갑질 행위 탓에 연구원에 심각한 손해가 발생한 데다 정 전 원장 징계는 정치 상황과 전혀 무관하다는 내용을 담은 주장문을 발표했다"며 "뿐만 아니라 법원에 재차 탄원서까지 제출한 점을 고려하면 당시 정 전 원장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직원이 다수였고, 피해 직원들이 느낀 불쾌감도 상당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정 전 원장 비위 행위로 인해 연구원 조직 문화와 근무 분위기가 심각하게 저해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 전 원장 비위 행위를 다수 언론이 보도한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연구기관으로서 명예가 실추되고 대외 이미지 또한 크게 손상된 점을 감안하면 정 전 원장과 연구원 사이 신뢰는 계약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깨졌다고 봐야 한다"며 "정 전 원장이 이 같은 비위 행위를 저지르고도 계속 근무한다면 직원들의 고용 환경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리라 본다"고 언급한 부분이 이를 방증한다.

법원은 연구원 징계 양정 규칙에 명시한 성실 의무 위반과 품위 손상 조항, 임원 결격 사유와 해임을 규정한 정관 제18조 제2항 제3호를 들어 "연구원 판단이 타당성이나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 전 원장 청구는 모두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징계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하려면 징계 원인이 된 비위 사실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 양정 기준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할 때 징계 내용이 명백하게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경우라야 한다.

seungo215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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