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종 다량생산, 혹은 별도JV…고객 요청 따라 유연한 생산투자로 한한령 속 매출 증대
코스맥스 광저우 밍주공장 1층 쇼룸에 전시된 중국기업 이센의 브랜드 핑크베어 제품들. 코스맥스는 자신을 숨기고 고객사를 돋보이게 함으로써 중국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사진=우경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K뷰티는 이제 중국엔 없습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어떤 브랜드는 입소문을 타며 순식간에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소리없이 사라지는 치열한 경쟁과 변화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김도형 코스맥스 타이핑(태평)공장 품질본부장)
이른바 K뷰티의 시대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중국에 있었다. 업계는 한류가 현지서 본격적으로 확장하던 2013~2016년을 K뷰티 1기로, 한한령의 충격에도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와 고품질 이미지 덕분에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던 2017~2019년을 2기로 본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라네즈, LG생활건강의 후 등이 이 기간 중국서 연매출 50~70%씩 성장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젠 옛말이다. 2기 당시부터 급성장한 중국 로컬브랜드들은 한중관계 냉각을 틈타 한국 브랜드들이 점유했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화장품공업협회는 지난해 중국 화장품시장 규모가 5169억위안(약 10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내수 부진으로 전년비 2.8% 줄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규모다. 여기서 5200개 로컬기업 수만개 브랜드와 한국 등 해외브랜드들이 좌충우돌 경쟁한다. 스마트폰 속 왕훙(인플루언서)들 추천에 따라 주문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린다. 많은 브랜드가 순식간에 뜨고 또 순식간에 사라진다.
종잡을 수 없는 중국 상황은 기업엔 위기다. 그런데 최근 광저우 밍주(명주) 신공장을 가동한 코스맥스의 눈엔 기회다. 2004년 중국에 진출해 광저우와 상하이에만 총 7개 공장, 연 14억9000만개 화장품 생산능력을 갖춘 코스맥스는 현지 브랜드들과 협력하며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판매는 중국기업에 맡기고 전문 분야인 생산품질 유지에 집중하는 '각자 잘 하는 것을 하는' 전략이 비결이다.
━
고객사 상황 따라...유연한 설비조정이 비결
━
중국 진출 이후 코스맥스 생산 핵심은 줄곧 상하이였다. 이제는 무게중심이 광저우로 나뉘는 분위기다. 지난해 준공한 밍주공장, 그리고 30여분 거리 타이핑공장을 연이어 찾았다. 두 공장은 코스맥스 현지 생존전략을 그대로 요약해 보여줬다. 협력 규모와 협력사 요구, 제품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공장을 운영하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전문기업 노하우가 확인됐다.
밍주공장은 코스맥스가 아니라 중국 기업 이센의 공장이라 해도 믿을 만 했다. 쇼룸과 생산공정, 검수시설까지 모두 이센 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이센은 퍼펙트다이어리 등 브랜드로 유명한 중국 기업으로 나스닥 상장사다. 5개 브랜드를 코스맥스 밍주공장에서 생산한다.
코스맥스(51%)와 이센(49%)은 2020년 JV(조인트벤처)를 시작, 지난해 이센 제품 생산 전용 밍주공장을 준공했다. 최대 생산량이 월 3000만개에 달하는 밍주공장은 개별규모 아시아 최대 화장품 공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화장품 경기 회복이 더뎌지며 지금은 월 400만~500만개만 생산 중이다. 박대근 밍주공장장은 "생산량 증가를 감안할 때 공장이 머지 않아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찾은 타이핑공장 운영방식은 정반대다. 다양한 고객사 제품을 ODM 방식으로 생산한다. 만드는 브랜드만 300개가 넘는다. 적재공간엔 다양한 브랜드의 상자들이 적재돼 있었다. 주문에 따라 곧바로 해당 고객의 제품을 생산해 맞는 상자에 담아 출고한다. 제품 종류도 스킨과 에센스, 폼클렌징부터 색조제품까지 복잡다양하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한 달 1900만개가량을 쏟아낸다.
유연한 대응이 중요하다. 김도형 품질본부장은 "얼마 전에도 한 고객사 제품을 어떤 왕훙이 사용하면서 주문이 기존의 10배로 늘어났었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당장 인력과 설비를 그쪽으로 투입해 대응한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쇼핑 최대 대목인 쌍십일절(광군절·11월11일) 전후를 앞두고는 말그대로 전운이 감돈다. 김 본부장은 "타이핑지구에만 100여개 이상 화장품 기업이 있는데 성수기엔 일할 사람 구하기도 힘들다"며 "코스맥스 제품은 현지 제품보다 10%가량 비싸지만 제품경쟁력이 우수해 고객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
중국인들도 중국 못믿어 꼼꼼한 비닐포장..코스맥스엔 기회
━
코스맥스 광저우 타이핑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완성된 제품을 바삐 포장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코스맥스 중국 매출은 K뷰티 1세대가 시작된 2014년 1300억원에서 한중관계가 본격 얼어붙은 2021년 6300억원까지 쾌속 성장했다. 팬데믹 타격이 본격화한 2022년 5600억원으로 주춤했지만, 지난해 5700억원으로 다시 우상향을 시작했다. 코로나에 영향을 받았을 뿐 반한감정이나 한한령엔 무풍지대다.
중국 고객사들이 코스맥스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품질관리다. 박 공장장은 "모든 제품에 공용으로 쓰는 오일 등 기본적 원료, 또 배합이 쉬운 원료 말고는 모두 한국 본사에서 공수해 온다"며 "핵심 설비인 믹서를 포함해 대부분 공장 설비와 자동화 설비도 모두 본사와 동일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로컬 브랜드 제품인데 한국 수준의 품질이 확보되니 주문이 줄을 잇는다.
공장자동화도 효율을 보고 추진한다. 밍주공장엔 무인 AGV(공장 내 이동기기)와 AGF(창고 간 이동기기)가 엘리베이터를 알아서 타고 원료와 제품을 옮겨줬고, 타이핑 공장에도 자동 포장기계가 돌아갔다. 그러나 다품종 소량생산에 사람 손이 더 적합한 공정은 사람에게 맡긴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도 타이핑공장 립글로스 생산공정에는 백여명 근로자들의 손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짝퉁천국 중국이지만 몸에 바르고 때로는 미량이나마 먹는 화장품의 품질에 대해선 중국인들도 민감하다. 선진국에선 환경규제 탓에 사라지는 추세임에도 중국에선 아직도 거의 모든 화장품이 비닐 밀봉 포장 출고된다. 소비자들이 제품이 바꿔치기 되거나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없는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높은 품질기준은 코스맥스엔 기회다. 박 공장장은 "중국은 소비자 클레임이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이뤄지는 데다 정부 기준도 높아 FDA(식품의약국)가 수시로 설비를 실제 점검하러 온다"며 "공장 출고 제품은 꼼꼼하게 전수검사하고, 모든 생산품의 샘플을 별도 보관해 행여 문제가 생길 경우 추적관찰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저우(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