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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아들아, 차라리 혼자 사는 게 효도다”…결혼하려다 우리집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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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부 오빠가 돈을 더 달라며 웨딩카를 막고 소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더우인/매경닷컴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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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 도착한 신부가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신붓값인 ‘차이리’(彩禮, 중국에서 신랑측이 신부 가족에게 주는 지참금)가 입금되지 않아서다. 신부 가족이 요구한 차이리와 예물은 50만위안(9700만원)에 달했다. 겨우겨우 돈을 마련한 신랑 아버지는 아들을 축하해야 할 날 결국 눈물을 보였다. 기쁨의 눈물은 아니었다.

#신부의 오빠가 “돈을 더 주지 않으면 동생을 보낼 수 없다”며 웨딩카를 가로막았다. 신랑 측에 18만위안(약 35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신랑 측은 이미 합의된 18만위안을 지불했다며 추가 요구를 거부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빠의 고집은 계속됐고, 급기야 신부는 2층에서 뛰어내려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중재했다.

한국에서는 결혼하려면 기둥뿌리가 뽑힌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집값도 결혼비용도 비싸기 때문이다.

중국은 차이리라는 악습 때문에 남성 측의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다. 신부 가족에 감사를 표하는 차이리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신부 가족이 아니라 신부가 직접 도 넘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한 신부는 결혼식장에서 포르쉐를 사준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고 갑자기 난리를 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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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신부 측이 차이리와 예물을 요구하자 주위 사람들에게 휴대폰으로 돈을 빌리고 있는 신랑 아버지 [사진출처=연합뉴스]


차이리 때문에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중국인 남성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이 혼자 사는 게 효도’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차이리의 심각한 폐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도 근절에 나섰지만 사실상 실패한 상태다.

급기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매년 가장 먼저 발표하는 중요 정책 과제에도 들어갔지만 뿌리깊게 박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극성을 부린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차이리는 지역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또 대도시보다는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에서 차이리 금액이 크다.

차이리 금액이 높다고 알려진 장시성에서는 한 여성이 신붓값으로 1888만위안(36억원)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나중에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신붓감을 찾기 힘든 중국 농촌 마을의 차이리는 일반적으로 10만∼20만위안(1900만∼38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 농촌의 1인당 평균 소득은 2만위안(380만원)을 조금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차이리를 챙기기 위해 딸을 ‘매혼 도구’로 악용하는 비정한 부모도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딸이 미성년자인 시절부터 3년에 걸쳐 3차례 강제로 결혼시킨 남성이 경찰에 체포된 적도 있다.

차이리 때문에 젊은 남성들이 결혼을 못하고 출산율도 떨어지며 여성을 상품으로 간주한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하지만 뿌리 깊은 악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차라리 외국인 신부를 수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신부를 데려올 나라는 러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파키스탄 등으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이 내용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의 의견은 갈렸다. 차이리 폐해를 벗어나고 인구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인신매매와 다름없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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