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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 소녀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생일선물로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영상이 지난 4월 숏폼 '틱톡'에 뜨자 단숨에 조회 수 5000만회를 돌파했다. 삼양과 농심은 각각 '플레이 불닭' '푸팟퐁구리'란 이름으로 댄스 챌린지를 진행해 대박을 터뜨렸다. 플레이 불닭은 영상 조회 수가 7억회에 달했다. 참가자는 전 세계 5만명이 넘었다.
'K라면' 돌풍이 거세다. 중국, 태국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 서양인 입맛도 사로잡았다. 올해 라면 수출이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서양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결과다.
1일 식품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K라면의 선풍적 인기 비결로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한류 열풍 효과 △해외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 △발 빠른 생산·판매망 구축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K라면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라며 "한국의 스타들이 각종 영상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이 전 세계에 K라면을 알리는 도화선이 됐다"고 밝혔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와 세계적 인기를 누린 '오징어게임'의 삼양라면이 물꼬를 텄다. 이후 스타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이 라면 인기에 불을 붙였다. BTS 멤버 정국이 라이브 방송에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모습과 미국의 유명 여성 래퍼 카디 비가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도 세계적 화제가 됐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핵불닭볶음면'은 지난해 미국 요리 전문잡지 '본아페티'가 뽑은 '최고의 라면 순위'에서 인도네시아 '미고렝'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20년 영화 기생충에서 농심의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섞은 짜파구리가 나와 K라면 주역이 됐다. 농심 SNS 계정에 전 세계 소비자의 짜파구리 출시를 기원하는 글이 이어졌고, 농심은 짜파구리 신제품을 출시했다.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2021년 뉴욕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라면에 선정됐다.
한류로 시작된 라면 열풍은 업계의 발 빠른 현지화 전략을 타고 더욱 확산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K콘텐츠를 통해 한국 음식을 접하게 되다보니 외국인 사이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이 안 되고 체험, 체감하고자 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라면 업체들의 현지화 전략과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미국에서 서양식 풍미를 가미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선보였는데 품절 대란을 빚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매운맛이 덜하고, 카르보나라 파스타의 고급스러운 맛이 진입장벽을 낮췄다. 또 미국에서 인기인 핫소스 '하바네로'를 접목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똠얌과 접목한 '똠얌불닭볶음탕면'도 선보였다. 태국에서는 현지 마라 인기를 반영한 '마라불닭볶음면', 중국에선 한국 치킨을 좋아하는 특성을 반영한 '양념치킨 불닭볶음면', 일본에선 '야키소바불닭볶음면'을 내놨다.
농심은 신라면의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첫 제품으로 태국의 유명 셰프 쩨파이와 손잡고 '신라면 똠얌' '신라면볶음면 똠얌'을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깊고 진한 국물과 풍성한 건더기를 좋아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신라면 골드'를 2022년 내놨다. 아시아 및 유럽권 국가를 겨냥한 '신라면 치킨'을 지난해 출시했는데 할랄 인증도 받았다. 오뚜기는 해외를 겨냥해 진라면 치킨맛, 진라면 베지 등을 선보였다. 올해 초에는 진라면의 카자흐스탄 수출을 3년 만에 재개했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멕시코에는 열라면을 쇠고기·새우·해물·치킨 등 네 가지 맛으로 선보였다.
한류와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판매가 폭증하자 라면 회사들이 재빨리 국내외 공장 증설과 현지 판매체제를 구축해 수요를 충족시켰다. 농심은 지난달 미국 제2공장에 용기면 고속 라인을 추가했다. 또 2026년 상반기까지 부산에 수출 전용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부산 수출 전용 공장에서는 라면을 연간 5억개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미국 법인(약 10억개), 중국 법인(약 7억개) 물량을 합치면 연간 약 27억개를 수출할 수 있게 된다.
판매망 구축을 위해 농심은 지난 6월 프랑스 유통업체 '르클레르' '까르푸'에 입점했다. 내년 초에는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삼양은 2022년 5월 밀양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 3월 불닭볶음면을 연간 6억8000만개 생산할 수 있는 밀양2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내년 5월 밀양2공장을 완공하면 라면을 연간 25억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삼양식품은 해외 판매법인을 늘리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올해는 네덜란드 판매법인을 설립해 유럽 공략 의지를 보였다.
오뚜기는 올해 라면 수출국을 전 세계 65개국에서 70개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필리핀, 대만, 미국 등이 주요 수출국이며 최근에는 베트남 법인의 매출 성장세가 크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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