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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취재후일담] ‘주주 충실’ 상법 개정 필요성 힘 싣는 국내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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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손강훈 기자 =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안이 재계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이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죠.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상법 개정을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여부와 연관 지은 정부도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입니다.

올해 6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의 이익 보호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선진국에선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을 냈던 이복현 금융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상법 개정은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안을 검토 중이라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법 관련해서는 더 논의해야 하며, 금융위 입장을 지금 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역시 "논의 중인 상법 개정 방안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주주 충실 의무는 필수가 아닌가 느껴집니다.

경영권 다툼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던 고려아연은 최근 현 경영진이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주의 발행 규모는 총 발행주식의 20%로 대규모입니다. 신주 가격은 67만원으로 종가 기준 최고가 154만3000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고, 유증 소식이 전해진 첫날 하한가에 이어 다음날엔 100만원이 무너졌습니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점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사용 목적입니다. 총 2조5000억원 목표 조달 금액 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합니다. 이 차입금은 현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빌린 돈입니다. 유상증자가 이대로 마무리 된다면, 현 경영진 경영권 방어 자금을 주주들이 댄 것으로 됩니다. 기존 주주·투자자 입장에선 실망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시각도 부정적입니다. 한 전문가는 유상증자 후 고려아연의 주가를 40만~50만원대로 예상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잃은 만큼, 당분간 주가 상승은 힘들 것"이란 견해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나 이익 확대를 위한 주식교환, 합병 등 일반주주나 투자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결국 기업 이사회가 주주 이익 보장을 우선하는 결정을 해야한다는 항목을 상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 최대주주만 신경쓰고 일반주주는 경시해왔던 기업들의 업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현재 암울합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란 조롱이 섞인 평가가 끊이지 않습니다. 증시 부진으로 올 3분기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이 감소했지만,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 수익 증가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이죠.

올해 최대 화두 중 하나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이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주주들이 믿음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투자자 신뢰회복의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 충실의무가 포함된 상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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