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임원인사 "안정 속 변화 추구"
그룹 부회장직 유지… 형 보좌 역할
본업 경쟁력 강화·중장기 전략 구상
실적 부진한 계열사 대표 전원 교체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14년만에 현대홈쇼핑 회장으로 승진하며 '형제 경영' 체제를 굳힌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함께 그룹에 두 명의 회장이 생기면서다. 정 부회장은 형인 정 회장의 옆에서 출범 1년을 맞이하는 단일 지주회사 체제에 안정성을 불어넣는 중책을 맡게 됐다.
31일 현대백화점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규모인 승진 29명, 전보 31명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올해 인사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현대홈쇼핑 회장 승진이 이뤄진 점이다. 이는 2012년 현대홈쇼핑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4년 만이다.
책임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른 정 부회장은 그룹에서는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며 형인 정지선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의 현대홈쇼핑 회장 승진 배경에는 홈쇼핑 업황의 침체와도 연관됐다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이 2009년부터 16년간 홈쇼핑사업을 이끈 만큼, 오랜 경력에서 비롯된 통찰력을 믿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이날 정 부회장은 현대홈쇼핑에 '디비전' 체제를 도입하며 책임경영 실천의 의지를 나타냈다. 기존에는 사업부와 담당, 경영지원본부가 있었지만 해당 조치로 △MD전략 디비전 △채널전략 디비전 △경영지원 디비전 등 세 디비전을 배치,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사업 전개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전문 경영인은 중·단기적 사업 전략에 대한 계획 및 추진에 나서는 한편, 정 부회장 겸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회장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홈쇼핑의 장기적인 성장전략 구상 및 추진에 매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그룹의 '남매 경영' 체제와 유사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30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이 회장직에 오르며 오빠인 정용진 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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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그룹과 달리 계열 분리가 불가하지만 형인 정지선 회장이 백화점,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홈쇼핑에서 각각 주력 사업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인사에서는 면세사업을 전개하는 현대디에프 등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 대표의 교체도 이뤄졌다. 올 상반기 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디에프는 박장서 영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박 신임대표는 1992년부터 신라면세점과 두타면세점 등 33년을 면세업에 몸 담아온 면세사업 전문가라는 평가다.
마찬가지로 상반기 33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매트리스 전문기업 지누스 역시 현대L&C 대표를 맡고 있는 정백재 대표를 신임대표로 내정했다. 정 신임대표가 떠난 현대L&C의 빈 자리는 이진원 현대그린푸드 푸드서비스사업본부장이 이어받을 예정이다.
토탈 복지 솔루션 기업 현대이지웰 대표로 내정된 박종선 신임대표는 현대홈쇼핑 온라인사업부와 영업전략담당을 거쳐 2021년 현대이지웰 상품운영본부장을 맡아왔다.
동시에 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현대디에프 등 일부 계열사에 재경 담당 전략실을 신설하며 사업 비용 관리에도 팔을 걷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 기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 추구"라며 "각 계열사 상황에 맞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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