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베를린 미테구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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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3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놓인 미테구엔 고 길원옥 할머니가 부른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길 할머니는 2017년 베를린을 찾아 성폭력에 시달리는 분쟁지역 여성과 난민 여성들을 위한 인권단체에 나비기금을 전달하며 인연을 맺었다. 소녀상을 세운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이 통보한 소녀상 철거일인 31일을 하루 앞두고 “평화의 소녀상을 존치합시다: 아리(소녀상 이름)에게 손대지 마세요” 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소녀상 ‘아리’ 앞에 놓인 대형 조각보에 자신들의 언어로 소녀상을 위한 메시지를 남겼다. ‘아리야 사랑해’, ‘기억은 저항이다’, ‘소녀상을 구해라’, ‘잊지 말아요 기억해 주세요’ 등의 문구가 형형색색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으로 빼곡히 적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노래를 부르고, 자유 발언을 하며 소녀상 옆을 지켰다.
지난달 30일 미테구청은 10월31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고, 이를 어길 경우 3000유로(약 44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철거명령 통지문을 보냈다. 코리아협의회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 15일 베를린행정법원에 미테구청의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법원의 심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미테구청도 소녀상 철거를 강행할 수 없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법원 가처분 결과는 신청 이후 3∼4주 이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시민들과 31일 자정부터 다음달 1일 자정까지 24시 철야 집회도 진행한다. 미테구를 향해 소녀상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앞서 미테구청은 철거 명령문을 통해 소녀상 문제를 놓고 코리아협의회와 협의했지만,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테구는 “미테구청이 세 곳의 구체적인 대체 부지를 제시했음에도,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을 사유지로 이전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코리아협의회는 구청이 논의 당시 구체적인 사유지를 알려준 일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30일(현지시각) 베를린 미테구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미테구청이 통보한 소녀상 철거일 31일을 앞두고 시민들이 소녀상 존치를 요구하며 메시지를 적고 있다. 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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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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