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최대 글로벌 캠페인 ‘편지쓰기 캠페인’의 올해 주인공 중 한명으로 선정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국회 인권 편지쓰기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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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들과 국제 연대 활동을 하려 일본으로 출국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과거 집시법 위반 판결을 이유 삼았는데, 전장연은 인권활동가의 정당한 인권 활동을 억압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22일 전장연은 이날 오전 11시 박경석 대표가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던 도중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으로부터 입국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입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 당해, 저녁 비행기로 국내로 송환됐다.
전장연 설명을 보면, 일본 정부는 박 대표에 대한 입국 거부 사유로 2012년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사실을 들었다. 박 대표는 2010년 당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퇴진과 장애인 활동 지원 대상 제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인권위를 점거했다가, 2012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았다.
일본 ‘출입국 관리 및 난민 인정법’은 ‘일본 이외의 국가의 법령을 위반하여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이에 상당하는 형에 처해진 사실이 있는 사람의 일본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정치범죄로 형에 처해진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예외 조항도 있다.
전장연은 이날 일본 정부의 입국 거부에 대해 “박경석 대표는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의 일본지부 공식 초청을 받아 방문한 것이며, 이번 입국 거부는 정당한 인권 활동가의 활동을 억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 어떤 법적·정치적 이유로도 인권 활동은 중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날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 일본 장애인 단체와 연대해 ‘비장애 중심주의 사회를 철폐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탈시설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등 서울시의 장애인 정책 후퇴를 규탄하기 위해 출국했다. 아울러 국제 앰네스티 ‘편지쓰기 캠페인’의 하나로 앰네스티 일본 지부의 초청을 받아 ‘인권을 위한 편지쓰기’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박 대표는 올해 국제앰네스티가 선정한 전 세계 ‘편지쓰기 캠페인’의 주인공이다. 편지쓰기 캠페인은 200여개 국가의 앰네스티 회원과 지지자들 1천만명이 해마다 국제적으로 선정된 10명의 인권운동가를 응원하는 편지를 보내는 세계 최대 인권운동이다.
이날 박 대표의 입국금지 사실이 알려진 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성명을 내어 일본 정부에 “깊은 우려와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은 국경을 넘어 보호받아야 하는 정당한 행위로, 이러한 활동을 억압하는 조치는 국제 인권 기준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날 공항 억류 중 올린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참 슬프다”며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비장애중심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잇는 든든한 연대체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일본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해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억류됐다. 전장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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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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