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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한·미 국방수장 “北 러시아 파병 가장 강력히 규탄”…작계에 ‘북한 핵 사용’ 시나리오 반영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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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수장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병력 지원 이후 처음 만나 관련 사안을 놓고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며 공동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또 한·미 연합연습에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방안에도 처음으로 합의했다. 연합 작전계획을 ‘핵전쟁’ 기반 작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지원에 따른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가능성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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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29일 오전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김 장관은 SCM 및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통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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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우크라 지원, 공조 발판되나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연 뒤 공동성명을 통해 “양 장관은 러·북 간 군사협력이 군사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까지 이어진 점을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하고 이 사안을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북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 서명 이후 강화되고 있는 러·북 간 군사협력이 역내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명한다”면서다.

겉보기엔 원론적인 규탄 성명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한목소리’, ‘가장’ 등 수식어를 동원해 한·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으로 수위를 높였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SCM공동성명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무기 거래에 대해서만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데서 진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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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최선희 외무상 일행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28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한러시아 특명전권대사가 배웅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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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선 SCM 공동성명이 한·미 국방당국의 공식문서로서 지니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관련 규정이 추후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양국의 공조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정부는 북·러 협력 수준에 따라 방어용 무기지원부터 공격용 무기지원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대응이 가능하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같은 ‘단계별 기조’에 한·미가 발을 맞추면 북·러 압박 효과가 더 크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北 핵사용 연합연습 포함 ‘결정’…핵전쟁 작계 수립, 속도전 가능성



공동성명이 “향후 연합연습에는 북한의 핵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명시한 대목도 눈에 띈다. SCM 공동성명에 핵사용 시나리오를 연합연습에 포함하겠다는 ‘결정’이 담긴 건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한·미 연합연습시 북한의 핵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지난해 문구보다 나아갔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현행 연합연습은 핵전력이 아닌 재래식 전력 위주로 구성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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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의그룹(NCG) 공동대표인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가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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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오는 12월 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에서 ‘핵·재래식 통합(CNI·Conventional and Nuclear Integration)’ 개념의 초안을 마련하고, 한·미가 함께 하는 CNI 도상연습(TTX)을 내년 상반기 한·미 연합연습 때 맞춰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NI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한 몸처럼 연계하는 이른바 ‘일체형 확장억제’를 뜻한다. TTX는 '책상 위(table-top) 도상 연습(exercise)'의 줄임말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실제로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양국 군 당국자들이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훈련이다.

예컨대 한국의 F-35A, 탄도미사일 현무-5를 미 핵전력과 조합해 운용하거나 나토의 스노캣(SNOWCAT) 훈련처럼 미국의 핵 작전을 한국 전력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 한국이 이중목적항공기(DCA·Dual-Capable Aircraft)를 도입해 B61계열 중력폭탄 같은 미국의 전술핵을 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일련의 작업은 재래식 전력 위주로 꾸려진 양국 작계의 틀을 핵전쟁 중심으로 바꾸는 사전 작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대북 무기 기술 지원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어 한·미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정보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한 전후에 대기권 재진입을 위한 ICBM 기술 검증을 위한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보다 강조된 미 전략자산 전개…트럼프 리스크 영향 받았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정례화를 담은 대목도 주목된다. 공동성명은 “오스틴 장관은 워싱턴 선언에서의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 증가와 정례화를 강조했다”며 “이것이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증거임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공동성명이 같은 해 이뤄진 미 전략핵잠수함 방한 등을 짚으며 정례화 행보를 ‘평가’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번 공동성명은 이를 보다 미래지향적 의미로 다듬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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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의 전략핵 잠수함인 켄터키함(SSBN 737, 사진 가운데)이 지난해 7월 18일 부산작전기지로 입항하고 있다. SSBN 방한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한국 방문 이후 42년 만이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쏘아 올린 지 엿새 만의 전략자산 전개다.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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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에선 이르면 내년부터 미 전략자산 전개의 정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응 태세만 갖고 북한 핵에 대한 억제 메시지를 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직접 (미 전략자산을) 보여줌으로써 메시지를 나타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선 해당 문구가 미 전략자산 전개에 부정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불가역성’을 강조하기 위해 담겼다는 시각도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것(전략자산 전개 빈도 증가와 정례화)이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증거임에 주목했다"는 구절도 비슷한 맥락으로 분석된다.



“존중 촉구”…NLL 관련 대북 경고성 구절 7년 만 부활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한 한·미의 대북 경고성 구절은 7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공동성명은 “양측은 NLL이 지난 70년간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임에 주목했으며 북한이 NLL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서술했다. 한·미 장관이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향해 NLL 존중을 촉구한 건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2018년부터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로 인해 NLL의 순기능을 한국이 평가하는 수준에 그쳐왔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의 요청으로 해당 메시지를 도출해냈다고 한다. 이는 지난 2월 NLL을 “유령선(線)”으로 부르며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는 김정은의 도발적 언사와 무관치 않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헌법에서 영토 조항을 수정하고 NLL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일종의 경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공동성명은 ‘인도·태평양지역 한미동맹 안보협력 프레임워크’을 승인하기도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해당 프레임워크는 한·미 양국이 지향하는 인·태 전략을 아세안과 태평양도서국 등 이 지역의 자유·평화·번영 유지를 위해 발전시키는 데 의의를 둔다. ▶해양안보 ▶다자연습 ▶역량강화 ▶방산협력 ▶기술협력 ▶정보공유 등을 세부 협력 분야로 삼고, 매년 SCM 이전 최소 하나의 협력사업을 제안할 방침이다.



◇김용현 장관, 美 유무인복합체계 연구기관 방문



김 장관은 전날(29일)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해군 해양시스템 사령부(NAVSEA)를 방문해 미군이 추진 중인 유무인 복합체계 현황, 조직 및 편성, 소요 예산 규모.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운용 방식 등을 브리핑 받았다. NAVSEA는 미 해군의 전투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고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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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각) 미 해군 해양시스템사령부(NAVSEA)에서 사령부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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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또 미 해군이 시험 개발 중인 중형급 무인 수상정을 둘러본 데 이어 지난 7월 다국적 연합 해상 훈련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에서 이뤄진 한국산 대함유도미사일 ‘비궁’ 시험발사와 관련된 보고도 받았다.

이번 방문은 제56차 SCM에서 새롭게 승인된 ‘한미동맹 국방프레임워크’와도 관련이 깊다. 현재 양국 간 국방 협의체를 정책, 획득·지속지원, 과학기술 등 3가지 기능으로 분류하고 이들 협의체를 유기적으로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역할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동맹이 과학기술동맹으로 발전하기 이한 노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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