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의 전설적인 인물 조혜정 전 지에스칼텍스 감독이 30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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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한국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 여자 배구가 몬트리올올림픽 3위에 오르며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당시 최강이었던 일본에 패했지만, 3~4위전에서 헝가리를 꺾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이끈 주인공 조혜정에게도 관심이 집중됐다. 조혜정의 키가 배구 선수로는 작은 165㎝였기 때문이다. 작은 키의 조혜정이 자신보다 10㎝ 이상 큰 선수들 틈에서 활약하자 ‘나는 작은 새’(flying little bird)라는 별명도 생겼다. 조혜정은 제자리높이뛰기 68㎝, 러닝점프 72㎝ 점프력으로 작은 키를 극복하고, 한국 여자 배구의 전설적인 인물이 됐다.
힘차게 움직이던 ‘나는 작은 새’의 날갯짓이 30일 멈췄다. 조혜정의 딸인 전 프로골프 선수 조윤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오늘 오전 눈을 감으셨다”고 전했다. 향년 71. 고인은 지난해 말부터 췌장암으로 투병해왔다.
조혜정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를 시작해,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70년 국가대표가 됐다. 1970 방콕아시안게임, 1972 뮌헨올림픽, 1974 테헤란아시안게임 등에 출전했다. 실업팀에서는 1971년 국세청 배구단에 입단해 대농(미도파) 등에서 뛰었고, 1977년 23살의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197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2년 동안 플레잉코치를 했고, 2010년에는 지에스(GS)칼텍스 지휘봉을 잡고 프로배구 사상 최초 여성 감독으로도 활약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인은 임종하기 전 배구를 향해 편지를 보냈다.
“(…) 작년 말 발견하게 된 췌장의 암세포가 날 삼키려나 봐. ‘170㎝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로 배구도 했는데 이것 하나 못 이기겠어’라며 호기롭게 싸웠지만, 세상에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불과 며칠 전이야. 배구야 정말 미안해. 더는 내가 너의 친구로 남아 있을 수 없단다. 너를 만나 즐거웠고, 행복했어. (…) 고마웠던 배구야, 안녕!”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월1일 오전 6시 30분. 유족으로는 조창수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과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뛴 조윤희, 조윤지가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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