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 1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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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조그만 사건도 만들지 않고 절 보좌해 주시는 분들의 관리도… 더 조심스럽게 생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4일 수원지법 501호 법정. 최후진술을 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석 달 전에는 “남편이 비주류 정치인으로 살면서 많은 탄압을 받았다. 그래서 저는 항상 ‘꼬투리 잡히지 말아야지’ 하며 긴장을 하고 산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씨는 민주당 대선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둔 2021년 8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원 아내 등에게 총 10만4000원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기부행위금지)로 기소됐다. 당시 결제한 카드는 경기도 법인카드. 알려진 건수만 150건 이상, 액수로는 2000만원이 넘는다는 ‘법카 유용’ 혐의는 아직 검찰 수사 중이다. 식사비 제공도 더 있지만, 공익 제보자 조명현씨 진술이 있는 ‘10만4000원’만 기소됐다. 경기도청 공무원 배모씨가 비서실 소속이던 조씨에게 결제를 지시했다. 김혜경씨는 식사비가 결제된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배씨는 식사비 결제 및 ‘도지사의 사적(私的) 용무를 처리하지 않았다’며 거짓말한 일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의 판결문에는 ‘사적 용무 처리’가 자세히 나와 있다. ‘비서관 책상 옆 쇼핑백 픽업/알코올솜 픽업/샌드위치 픽업/과일 픽업/케익-**(카페 이름) 성남시청 픽업/★★(퓨전 중식당 이름) 픽업/5:30 수내 주차장.’ 2021년 5월 14일 배씨가 조씨에게 보낸 ‘오늘 할 일’이다.
김씨가 말한 ‘보좌해 주시는 분들’과의 관계도 나타나 있다. 2021년 6월 25일 도지사의 집 앞에 물건을 배달하던 조씨가 김씨와 마주쳤다. 이를 안 배씨는 “사모님 만났어? 도착하면 얘기 좀 하지” “너는 놓고 그냥 바로 내려오면 되지 뭘 그렇게 꼼지락거렸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되나. 내가 지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통화를 못하고 있다. 어떡하지? (중략) 아 진짜 미치겠네”라며 불안과 초조를 쏟아냈다. 조씨가 김씨 눈에 띈 것을 극히 두려워한 모습이다. 재판부는 김혜경씨와 배씨의 관계를 ‘수직적인 상하 관계’라고 했다.
이런 관계여서 김씨가 카드 결제를 모를 리가 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배씨가 모든 걸 다 알아서 했기 때문에 김씨가 몰랐을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판단은 법원 몫이다. 하지만 탄압받았다는 비주류 정치인의 가족이 공무원으로부터 사적 수행을 받아온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김씨가 배씨와 ‘수직적 상하 관계’였던 것은 이런 사적 수행이 바깥에 알려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조명현씨의 공익 제보로 도지사 집 앞에 한우와 초밥, 온갖 물건이 배달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배씨와의 관계도 판결문에 담겼다. ‘두려움’으로 비밀을 덮는 데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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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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