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미’의 한 장면. 베트남에 여행을 간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은 ‘기상천외한 일’을 겪는다. 극단 신세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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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다는 소식이 국제사회를 경악시킨 가운데, 과거 이보다 규모가 훨씬 컸던(총 32만명)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사를 환기하는 연극이 오는 11월 무대에 오른다.
극단 신세계가 다음달 23일부터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하미’는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이 그곳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다룬다. 1968년 2월24일, 하루 만에 135명이 총격으로 살해되고 이튿날 미처 묻지 못한 주검마저 불도저로 훼손당한 베트남 마을의 이름이 바로 ‘하미’다. ‘생활풍경’, ‘공주들’, ‘파란나라’, ‘부동산 오브 슈퍼맨’ 등 사회성 짙은 문제작을 연출해온 중견감독인 극단 신세계 김수정(42) 대표는 27일 한겨레에 “현 북한의 파병과 과거 남한의 파병 모두 결국 엄청난 전쟁특수를 노린 일이었다. 연극 ‘하미’를 통해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하미’ 포스터. 전쟁과 학살을 다룬 연극답지 않게 해맑고 환한 포스터 이미지는 “다음 세대에게 전쟁을 건넬지”를 묻는다. 극단 신세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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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는 2021년 8월에도 연극 ‘별들의 전쟁’으로 하미 사건을 조명한 바 있다. 1990년대생이 대부분인 배우들은 당시 이 사건을 처음 접한 뒤 너무 충격을 받아 사건의 정보를 나열하고 맥락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재판극 형태를 취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사건 자체에서 벗어나 동시대에 이 사건이 어떻게 감각되는지에 집중했다. 연출자와 배우들은 하미를 비롯한 다낭 인근의 한국군 학살지역도 여러 차례 여행했다. “아름다운 베트남의 자연을 즐기던 한국 여행단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 시놉시스는 그렇게 나왔다.
김수정 대표는 “베트남전에 관한 첫 연극을 하고 3년 사이에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 등에서 전쟁이 계속 발발해 동시대 전쟁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베트남 전쟁과의 유사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것은 전쟁이 자본을 위한 살인의 현장이라는, 군인들은 국가소속 용역에 불과하다는 통찰이다. 피해는 민간인이 고스란히 당하는 동안,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은 전쟁터에 나오지 않고 죽지도 않는다.
김수정 극단 신세계 대표. 두산아트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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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쟁의 본질을 더듬다 보면, 훨씬 오래전부터 그 어떤 사건에서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방기해온 대한민국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하미는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하미는 ‘오래된 현재’다. 지난해 5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베트남 하미 사건 생존자들이 낸 사건 조사 신청을 “외국에서 발생한 피해는 조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고, 이후 이를 취하하라는 소송이 국내 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2000년 한국 참전군인 단체의 지원으로 건립된 하미 위령비는 한국 정부가 사건의 참상을 전하는 내용을 문제 삼아 비문이 현재 연꽃 그림에 덮여 있다.
“하미 사건은 베트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 강조하는 김 대표는 전작 ‘별들의 전쟁’에서 관객이 배심원이 되어 ‘피고 대한민국’의 유죄 여부를 직접 판정하는 엔딩으로 관객들에게 놀람과 감동을 주었다. 그는 “이번 연극에서도 관객이 관찰자로서 관람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고 했다. 문의 070-8118-7237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국 정부의 압력으로 비문 내용이 연꽃으로 덮인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사 하미 마을 위령비 앞에 선 1968년 2월24일 하미 사건 생존자 응우옌티탄. 한베평화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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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미’의 한 장면. 극단 신세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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