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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단독]“여보, 돈없어도 모닝 대신 벤츠 삽시다”…한국서 불티나게 팔린 ‘속사정’ [최기성의 허브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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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서 넘사벽 인기
출고된 지 4~5년엔 ‘반값’
모닝값에 나도 ‘벤츠 오너’
밴드왜건·파노플리도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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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와 기아 모닝은 신차 시장에서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단, 중고차 시장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경쟁차종이 되기도 한다. [사진출처=벤츠,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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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도 벤츠 ‘싸게’ 샀다네요”

중고차 시장에서는 너도나도 ‘벤츠 사랑’이다. 올해들어 신차 시장에서는 경쟁 브랜드인 BMW에 살짝 밀렸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28일 매경닷컴이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를 통해 올해 1~9월 수입 중고차 거래현황과 인기 차종 세대별 분포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중고차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한 수입차 브랜드는 벤츠다. 이 기간 동안 총 6만7901대 거래됐다. 전년동기보다 1.5% 늘었다.

BMW는 6만514대 거래됐다. 전년동기보다 3.1% 증가했지만 벤츠와 7000여대 차이났다.

아우디는 1만8081대, 폭스바겐은 1만3886대, 미니(MINI)는 1만2939대 각각 거래되면서 ‘톱5’에 포함됐다.

랜드로버는 9645대, 포르쉐는 7736대, 포드는 7678대, 렉서스는 7336대, 지프(Jeep)는 7278대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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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인증 중고차 [사진출처=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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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톱10 차종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수입 중고차 판매 1위는 벤츠 E클래스 10세대(2016~2024년)다. 2만424대 판매됐다.

1만567대 거래되며 2위를 기록한 BMW 5시리즈 7세대(2017~2023년)보다 두배 가까이 많이 팔렸다.

BMW 5시리즈 6세대(2010~2017년)는 8750대, 벤츠 S클래스 9세대(2013~2021년)는 6867대, 벤츠 C클래스 4세대(2014~2024년)는 5821대로 ‘톱5’에 합류했다.

벤츠 E클래스 9세대(2009~2016년)는 5262대, BMW 3시리즈 6세대(2012~2019년)는 5178대로 톱5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5000대 이상 팔리면서 선전했다.

수입 중고차 ‘톱10’을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벤츠가 5개 차종으로 가장 많았다. BMW는 3개 차종, 미니와 아우디는 각각 1개 차종 포함됐다.

“모닝값에 벤츠 E클래스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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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높은 모닝과 벤츠 [사진출처=기아,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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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높은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수입차 가격 감가는 국산차보다 크다.

신차는 출고되는 즉시 중고차가 된다. 국산차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서 반값에 살 수 있는 시기는 출고 시점 기준으로 5~6년이다.

수입차는 더 짧다. 4~5년이다. 3년 만에 반값이 되는 수입차도 있다.

벤츠 E클래스처럼 인기 차종은 감가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지만 신차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신차 가격대가 비슷한 제네시스 차종보다 더 저렴하게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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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 신형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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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카닷컴에서 산정한 벤츠 E클래스 중고차 시세를 살펴보면 출고된 지 3년 된 2021년식은 3912만~7990만원, 2020년식은 3500만~6999만원이다. 신차 가격은 7000만원 이상이다.

신차인 현대차 그랜저를 살 돈이면 출고된 지 3~5년 밖에 안 돼 상태가 괜찮고 경우에 따라 신차에 버금가는 품질을 갖춘 중고 벤츠 E클래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고된 지 5년 이상 지나면 현대차 아반떼나 기아 셀토스 등 국산 소형·준중형 신차를 살 돈으로 ‘벤츠 오너’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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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E클래스 무사고 2020년식, 325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사진 출처=엔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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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된 지 5년 된 2019년식 시세는 3031만~6005만원, 8년 된 2016년식 시세는 1933만~2531만원이기 때문이다.

차의 전반적 상태, 옵션(사양), 사고 정도, 판매 지역과 시장, 시기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중고차 특성 상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엔카닷컴에도 벤츠 E220d 아방가르드 2019년식 매물이 시세보다 싼 2350만원에 올라와 있다.

출고된 지 10년 된 모델은 기아 모닝값인 1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모닝 중고차 값에 구입할 수 있는 500만~1000만원 미만 벤츠 E클래스 매물도 중고차 쇼핑몰에 자주 나온다.

30대 이상 여성 ‘중고 벤츠’ 선호, 아내의 유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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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품격을 보여주는 벤츠 삼각별 [사진출처=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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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벤츠 E클래스 인기에는 샤넬과 루이비통 등 명품 소비를 확산시키는 밴드왜건(bandwagon)·파노플리(panoplie) 효과도 단단히 한몫했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편승 효과’로 부르기도 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한다.

신차로 사기에는 너무 비싸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그랜저·모닝 값에 “나도 벤츠 오너”라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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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모닝 “나 무시하지 마라, 벤츠보다 비싼 몸”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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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 벤츠 E클래스는 우아하고 품격높다는 인식 때문에 30대 이상 여성들에게 무척 인기가 높다”며 “아내의 권유로 구매하러 오는 남편들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내믹한 성능보다는 품격과 안정감을 중시하는 40대 중반 이상 남성들도 BMW 대신 벤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는 최근 전기차인 벤츠 EQE 화재와 BMW의 거센 공세라는 악재에서 탈출하기 위해 벤츠 E클래스를 지난달 12%까지 할인 판매했다”며 “신차 할인은 중고차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중고차 구매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하게 벤츠 E클래스를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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