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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반도체 위기’ 이재용 침묵 장기화…안팎 “의사결정 구조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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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쇼런 리허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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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위기론 속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침묵이 장기화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고 본다.



27일 삼성전자 자료를 종합하면, 이재용 회장이 회장에 오른 뒤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에 대해 낸 메시지는 모두 19건이다. 1년차(13건)에 견줘 2년차(6건)에 빈도가 줄었다. 갈수록 이 회장의 경영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메시지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첫 1년간은 “반도체 연구소를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두배로 키워나갈 예정”이라는 등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많았다. “반도체 성공 유전자(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며 특정 사업을 콕 집어서 언급한 적도 있었다.



2년차에 접어든 뒤로는 좀 더 추상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와 만난 뒤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한 게 가장 최근이다. 이 밖에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거나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는 등의 메시지를 내왔다.



특히 위기론이 본격화한 이후에는 사실상 침묵을 택하고 있다. 이달 초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필리핀에서 현지 기자의 질문에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으며 분사할 생각은 없다”고 답한 게 전부다. 이후 귀국길 현장에서 ‘삼성 위기설’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수차례 받았으나 답하지 않았다. 회장 취임 2주년 때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 또한 실현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로 알리는 메시지가 적어졌을 뿐 내부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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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 회장과 함께 ‘2인자’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핵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장과 정 부회장 모두 회사의 법적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런 불투명성은 삼성 위기설을 증폭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재용 회장과 언론과 노조에 의하면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이라며 “경영과 책임의 일치를 추구하는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경영 체제로 전환을 준비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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