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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현실 퀴어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BL과 다른 반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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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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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서울에 사는 퀴어 소설가는 어떤 모습으로 사랑할까? 어딘가 특별할 것 같지만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속 ‘고영’(남윤수)의 연애는 그렇지 않다. 운명이라 믿고 상대에게 빠져들었지만 이내 사소한 이유로 투닥거린다. 자신에게 매달리는 남자를 서툴게 밀어내기도, 상대에게 호되게 덴 뒤 방황하기도 한다. 여느 이성애자와 다를 바 없이 고영은 알콩달콩하고 찌질하고 애틋한 연애를 거치며 성숙해진다.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이 영화에 이어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지난 21일 공개된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가 지망생 고영이 여러 남자를 만나며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8부작으로 담았다.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등 소설 4편을 드라마화했다. 원작자 박상영 작가가 각본을 맡았고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 ‘키친’의 홍지영 감독, ‘아기와 나’의 손태겸 감독,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김세인 감독 등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영화감독들이 연출로 참여했다.





퀴어 판타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





1~2화 ‘미애’는 ‘재희’를 드라마화한 것으로, 고영의 절친이자 동거인 미애(이수경)와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3~4화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은 암 투병 중인 엄마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과 알 수 없는 남자 영수(나현우)와의 연애를, 5~6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바텐더 규호(진호은)와의 단란한 연애와 이별 이야기다. 7~8화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선 고영이 전 연인을 추억하며 상실감을 느낀다.



앞서 개봉한 영화가 ‘게이 남사친’과 자유분방한 ‘여사친’의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드라마는 좀 더 본격적으로 성소수자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판타지화하고 대상화한 퀴어의 모습이 아니라 현실에 가까운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박상영 작가의 설명처럼, 고영의 사랑은 마냥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이다. 5~6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고영과 규호가 약속 시간에 늦거나 음식 취향이 맞지 않아 사소하게 다투는 모습, 권태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등은 누구나 연애를 하며 겪어봤을 법한 순간들이다. 3~4화 ‘우럭 한점 우주의 맛’에서 연인이 못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허진호 감독은 “남녀가 사랑하는 것과 남남 혹은 여여의 사랑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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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한 장면.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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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성소수자로서 겪는 혐오와 아픔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3~4화 ‘우럭 한점 우주의 맛’에서는 고영이 동성 친구와 입을 맞추는 것을 본 엄마가 고영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일화가 나온다.



고영을 연기한 남윤수의 도전 역시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일진 고등학생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남윤수는 발랄한 성격을 가졌으면서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쓸쓸함을 느끼는 고영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동성애 혐오 민원에 몸살…‘비엘’과 다른 반응, 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공개 전 동성애 혐오 민원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동성 연인끼리 대화를 하거나 입을 맞추는 장면 등이 포함된 예고편이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에 지난 7일 공개됐다가 항의를 받아 12일 비공개 처리된 것이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이들이 “동성애를 미화하고 조장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티빙 등에 항의 전화를 한 결과다. 박상영 작가는 예고편이 내려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모 단체에 좌표 찍히고 관련 부서 민원 폭탄 들어간 덕분에 공식 예고편을 모두 내리게 됐다”며 “부아가 치밀어 밤새 한숨도 못 잤다. 혐오의 민낯은 겪어도 겪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똑같이 동성애를 다루더라도 고정팬이 많은 ‘비엘’(BL·boy love) 장르에 비해 퀴어 서사가 이런 혐오 민원에 쉽게 노출된다. 비엘은 남성 간의 사랑을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깝게 연출한 반면 퀴어물은 성소수자의 삶과 정체성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루프탑’ 등 퀴어 영화와 비엘 드라마 ‘신입사원’을 연출한 바 있는 김조광수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비엘은 현실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러브 판타지에 가까워서 좀 더 편하게 소구할 수 있다”며 “반면 퀴어는 다분히 현실을 담는다. 나아가 현실을 바꿔보려는 노력들을 장르 안에서 하다 보니 거부감을 보이는 것 같다. 또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조금 더 폭넓게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더욱 반발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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