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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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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북한군, 쿠르스크 배치...27~28일 전투지 투입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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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장성 3명, 장교도 500명

러시아군과 수주간 전장 적응 훈련”

조선일보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남서부 쿠르스크주(州)를 순찰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러시아 매체 ‘아스트라’가 지난 22일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러시아군 건물 앞에 모여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들 북한군이 27~28일쯤 전투 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P 연합뉴스·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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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1진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24일 우크라이나군이 밝혔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러시아 본토 중 처음으로 진격해 들어가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곳이다. 북한군의 파병 사실이 전선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이 2~3일 내 전투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교전이 곧 벌어질 상황에 처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이날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북한군의 첫 번째 병력이 23일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정보총국은 그 근거로 “이곳에서 우리 부대가 북한군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북한군이 총 1만2000명 러시아에 있는데, 장성 3명과 장교 500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이들이 27~28일쯤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한·미·일 국가안보실장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28일엔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북한군 파병 동향을 브리핑한다.

한편 북한 외무성 김정규 부상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금 국제 언론이 떠들고 있는 일(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에 따르면 북한 장병들은 이곳에서 탄약과 침구류·방한복·위생용품 등을 지급받았다. 이들의 훈련과 통제는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이 책임지고 있다. 북한군은 전장에 투입되기 전 수주 동안 전장 적응 훈련과 러시아군 통합 교육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총국은 “북한 병사들은 러시아군 규정에 따라 한 달에 휴지 50m, 비누 300g을 받는다”면서 파병 북한군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음을 과시했다. 정보총국은 다만 전선의 북한군 배치를 입증할 사진이나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쿠르스크주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격전지 중 한 곳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6일 이곳을 기습해 한때 20여 마을 1300㎢에 이르는 지역을 점령했다. 서울 면적의 두 배가 넘는 땅이다. 허를 찔린 러시아는 이후 본토 방위군과 체첸공화국 특수부대 등 수만 명을 동원해 반격을 펼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쿠르스크 전선의 위성사진 등을 분석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려 쿠르스크에 병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의 쿠르스크 배치 역시 그 연장선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쿠르스크 공격을 통해 최대 격전지인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에서 러시아군 주력을 빼내려 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쿠르스크에 후방 예비 병력과 특수부대 등 비주력 부대를 계속해서 투입하고 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어렵사리 주도권을 잡은 도네츠크 전선에서 계속해서 수적 우세를 지키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현지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어 소통도 어렵고, 실전 경험도 없는 북한군을 바로 동부 전선에 보낼 수는 없다”며 “일단 쿠르스크 등 교전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먼저 투입해 역량을 평가하고, 실전 경험도 쌓게 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군이 실전 경험을 쌓더라도 동부 전선 같은 최고 격전지에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군을 투입하는 명분이 ‘침공을 받은 상대국을 돕는다’는 러·북 상호 방위 조약인 만큼, 북한군을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전선이 아닌, ‘공격을 받은’ 러시아 본토 전선에 투입해야 국제법상으로나 국제 정치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전투를 벌일 경우, 미국과 나토가 이를 ‘유럽 안보에 대한 한층 가중된 위협’으로 해석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및 나토 지상군 파병 명분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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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왼쪽)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는 유엔총회 결의에 부합하는 평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가 가족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지만, 불행히도 가족 사이엔 종종 다툼이 일어난다”고 답했다. 2년 8개월 넘게 이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두고 ‘불가피한 것’이라고 맞받은 것이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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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이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푸틴은 24일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막을 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군 파병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차후에 인정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북한군 파병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푸틴이 의장을 맡은 ‘브릭스 플러스 아웃리치’ 회담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유엔헌장과 국제법, 유엔 총회 결의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고 연설했다. 유엔과 국제사회 대다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무시한 불법 침공이라는 입장이다. 유엔 총회도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브릭스 플러스 아웃리치는 브릭스 미가입국 정상과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도 참여하는 브릭스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다. 푸틴은 구테흐스 총장 연설에 웃음을 지으며 “사무총장님은 우리 모두가 큰 가족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씀했지만, 가정에서는 종종 다툼과 소란, 싸움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정불화에 비유하며 ‘불가피한 일’로 치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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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쿠르스크주

러시아 남서부의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위치한 주(州)다. 면적은 약 3만㎢로, 경기도의 약 3배다. 우크라이나의 무인기 공격을 종종 받아오다 지난 8월 우크라이나 지상군이 진격하면서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본토가 외국군의 손에 넘어간 것은 쿠르스크가 처음이다.러시아의 주요 철광석 생산지 중 하나다. 러시아에서 둘째로 큰 원자력발전소인 쿠르스크 원전이 이곳에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 원전을 점령해 러시아군에 뺏긴 자포리자 원전과 바꾸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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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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