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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사설] KBS 사장 후보에 ‘조그만 백’ 박장범, 공영방송 모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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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3일 KBS 사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박장범 앵커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에서 명품백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K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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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백을 “파우치” “조그만 백”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은 박장범 앵커가 한국방송(KBS) 사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방송 내부에선 “조그만 파우치”가 “대통령 술친구”(박민 현 사장)를 이겼다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온다.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중대한 직책이 대통령 부부와의 친소 관계나 아부성 발언의 대가인 것처럼 해석되는 현실 자체가 공영방송의 위상과 가치를 훼손하는 모욕이 아닐 수 없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 23일 ‘27대 사장 지원자 면접심사’를 마친 뒤 표결을 거쳐 사장 후보자로 박장범 ‘뉴스 9’ 앵커를 임명 제청하기로 의결했다. 박 앵커는 지난해 박민 사장 취임 직후 9시 뉴스 진행자로 발탁됐으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파우치” “조그만 백”이라고 표현해 입길에 올랐다. 이날 면접심사에서 박 앵커는 “‘왜 명품이라는 표현을 안 썼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언론에서 구분하는 품목은 생필품, 사치품이지 ‘명품’은 들어 있지 않다. 수입산 사치품을 왜 명품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그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여 표현하는 걸 전 국민이 지켜봤는데 비논리적인 해명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인사가 한국방송 사장이 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정권에 아부하는 보도를 쏟아낼지 우려된다.

야권 성향 한국방송 이사 4명은, ‘2인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임명된 여권 성향 이사 7명이 진행하는 사장 선임 절차 자체가 위법이라며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이들은 24일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17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일부를 방송한 문화방송(피디수첩)에 방통위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5인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에서 다수결 원리가 성립하려면 최소 3인의 위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 모든 ‘위법 행렬’이 윤 대통령의 무리한 방송 장악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하루속히 방통위를 정상화하고,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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