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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K진단키트 우리도 쓰고싶어요”…전 세계에 공짜로 푼 이 남자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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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윤 씨젠 대표의 빅픽쳐
MS AI기술로 전과정 자동화
세계 어디서 누구나 개발 가능


매일경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술공유사업 파트너 라운드테이블’에서 마크 스페뇰 스프링거 네이처 최고운영책임자, 엘레나 본피글리올리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헬스 및 생명과학부문 총괄,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안보청장, 천종윤 씨젠 대표(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런던 박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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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이 개발한 세계최고 PCR 진단 기술을 전세계와 공유하고, 누구나 간편하게 진단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방하겠습니다. 향후 또 다른 팬데믹이 왔을 때 어디서든 바로 진단키트를 만들어서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천종윤 씨젠 대표)

국내 대표 진단업체 씨젠이 전세계 질병 극복과 코로나 이후 제 2의 도약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기술공유 사업(Open Innovation Program)’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씨젠은 영국 런던 스프링거 네이처 캠퍼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과학 학술지 ‘네이처’ 발행사인 스프링거 네이처 등 사업 파트너들과 함께 첫 ‘기술공유사업 파트너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글로벌 기술공유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 천종윤 씨젠 대표는 “씨젠이 개발한 자동화 진단 제품 개발 시스템을 전세계와 무료로 공유하겠다”며 “이를 활용하면 어디서 팬데믹이 발생하든 단기간에 진단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비전문가도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진단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병원체를 최대 14개까지 하나의 튜브로 검사할 수 있는 ‘신드로믹 정량 PCR 기술’이다. 씨젠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훨씬 전인 2016년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제품 개발 자동화에 공을 들여 왔고, 이 노력은 코로나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 이후 2~3년의 시스템 고도화 과정을 거쳐 이날 본격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협력사인 스프링거 네이처는 자사가 가진 수많은 과학자 네트워크를 통해 씨젠의 기술을 전파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서비스로 진단 기술 자동화에 기여하고 씨젠 기술을 이용한 진단 결과 등 데이터를 관리한다. 앞서 씨젠 기술을 공유받은 기업은 현재 스페인 1위 진단기업 웨펜과 이스라엘 진단업체 하이랩스가 있다. 호세 루이즈 자로카(Jose Luis Zarroca) 웨펜 COO는 “씨젠의 진단 기술은 아주 뛰어나고 중요한 기술이며 스페인 내에서는 이 같은 기술을 가진 회사가 없어 협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크 스페뇰 스프링거 네이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분자진단 분야에서 씨젠은 PCR 기술을 혁신적으로 활용해 강력한 기술력을 입증해왔다”면서 “이번 기술공유사업이 공개되자 전세계 연구자들로부터 약 300건의 신청서를 받았고, 그 중 15개 프로젝트에 각각 60만 달러의 연구 보조금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영국에서 한국의 질병관리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보건안보청의 제니 해리스 청장이 기조연설자로 직접 참석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해리스 청장은 “정확한 진단 기술이 없으면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이런 의미에서 씨젠의 이번 방문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기술공유사업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청장은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해 씨젠 본사에서 천 대표와 만나 팬데믹 기간 중 씨젠의 대응과 성과를 비롯해 기술공유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이날 씨젠은 진단 시약 개발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활용한 연구기획 단계의 자동화 관련 초기 성과 등을 공유했다. 그동안 연구자가 상당 기간 유관 논문 등 참고 자료를 찾아 분석∙논의하며 걸리는 오랜 과정을 AI를 통해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기반 데이터 통합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을 활용한 신드로믹 기반 통계 분석 시스템의 초기성과도 시연됐다. 이는 유사 증상을 유발하는 여러 병원균 간 상관관계를 찾아내 정확한 진단을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이날 기술공유사업 파트너 라운드테이블에 이어 지난해 기술공유사업 선정자를 시상하고 격려하는 유럽 OIP 어워즈도 열렸다.

씨젠은 코로나19 펜데믹 발생으로 인한 진단 수요 급증 전인 2019년 122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펜데믹 발생 이후 2021년 1조3708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인 2023년 3674억원으로 다시 매출이 급감하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씨젠이 기업들과 맺는 기술공유 계약에는 자국 내에서 이들이 씨젠 기술을 공유할 때는 무료지만, 해외에 개발 기술을 수출시에는 씨젠이 판권을 가진다는 내용이 있다. 전세계 진단 기술을 씨젠 기술을 통해 하나로 표준화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전략으로 수익을 늘려 나가려는 큰 그림이다.

씨젠은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 도출된 성과를 토대로 내년 하반기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 구현’을 선언하는 선포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런던 박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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