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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경주 금령총에 묻힌 ‘신라 왕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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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금령총의 주인공~’ 주제 학술대회 30일 개최

“금령총 주인공은 이사지왕의 아들” 이현태 학예사 주장···금령총 발굴 의미·출토 유물 등 재조명

경향신문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금령총 금관’(보물). 국립경주박물관은 30일 박물관 강당에서 ‘금령총의 주인공과 그의 시대‘란 주제의 학술대회를 연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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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어린 왕자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주 금령총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금령총은 100년 전인 1924년 5월 일제강점기 당시 발굴됐지만 아직까지 누구의 무덤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무덤 주인공을 둘러싸고 그동안 여러 주장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어 그저 추정에 그치는 실정이다.

금령총은 왕자 같은 신라 왕족 남자 어린아이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5~6세 안팎으로 추정되는 어린 남자 아이가 묻혔다는 것은 확인됐다. 또 무덤의 크기는 다른 왕릉들보다 작지만 발굴조사에서는 왕릉에 버금가는 최고 수준의 수많은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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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령총에서 출토되어 국보로 지정된 한쌍 2점의 토기인 ‘말 탄 사람 모양 주자’(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가운데 주인상으로 불리는 토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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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이 여는 학술대회 포스터. 포스터의 인물상은 금령총에서 출토된 한쌍의 ‘말 탄 사람 모양 주자’(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국보) 중 주인상의 얼굴이다. 학계에서는 금령총 주인공 얼굴을 형상화했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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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주인공이 어린 아이이지만 최고 신분임을 드러내는 금관과 금제 허리띠·가슴걸이는 물론 귀걸이·팔찌·반지 등 금으로 만든 각종 장신구, 금령총이란 명칭을 낳은 유물이자 아직도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금방울(금령), 말을 탄 사람을 형상화한 한쌍의 ‘말 탄 사람 모양 토기’(도기 기마인물형 명기·국보)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중해 주변에서 들여온 유리잔, 말 다래(장니) 같은 많은 껴묻거리(부장품)도 나왔다. 보물인 ‘금령총 금관’을 비롯한 금제 허리띠 등 대다수 유물들의 크기는 기존 왕릉에서 나온 유물들보다 작다. 최고 신분인 왕족의 남자 어린아이, 즉 왕자 무덤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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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령총에서 출토된 ‘금 방울’(금령). 금령총이란 명칭을 낳은 금으로 만든 소리나는 방울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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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령총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을 포함해 금령총의 구조와 매장 과정, 출토 유물의 의미를 살펴보는 학술심포지엄이 오는 30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다. 경주박물관이 금령총 발굴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하는 ‘금령총의 주인공과 그의 시대’란 주제의 학술대회다.

학술대회에 앞서 24일 공개된 ‘금령총의 주인공 비정’이란 주제 발표문에서 경주박물관 이현태 학예사는 금령총의 주인공이 ‘어린 나이에 갑자기 죽은 이사지왕의 아들’이라고 추정했다.

이사지왕은 금관총에서 출토된 칼에서 ‘이사지왕’이라는 명문이 확인되면서 등장한 신라 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사지왕과 관련된 명확한 자료들이 없어 아직 어떤 인물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이 학예사는 금관총의 주인공이라 할 이사지왕이 신라 제20대 자비왕(재위 458~479년)의 아들이자 제21대 소지왕(재위 479~500년)의 동생으로 추정했다.

소지왕이 왕위를 물려줄 자식이 없이 500년 사망하자 왕위 계승권이 소지왕의 동생인 이사지왕에게 갔다. 하지만 이사지왕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왕위 계승권은 다시 그의 아들인 금령총 주인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금령총 주인공도 갑자기 어린 나이로 죽는 바람에 제22대 지증왕(재위 500~514년)이 결국 64세라는 고령의 나이, 또 ‘갈문왕’이라는 특이한 지위로 왕위에 올랐다는 주장이다.

이 학예사는 금령총의 위치도 주목했다. 금령총은 신라의 왕릉급 고분들 가운데 대형 무덤인 봉황대, 금관총과 접해 있다. 그는 “흙을 쌓아올린 봉분이 거의 이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근접 거리”라며 “봉황대의 주인공은 자비왕이나 소지왕, 금관총의 주인공은 자비왕의 아들이자 소지왕의 동생인 이사지왕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역사서 <삼국사기>의 기록이나 신라의 왕위 계승 연구성과 등을 토대로 “금령총의 주인공은 이사지왕의 아들로, 자비왕 또는 소지왕의 능으로 여겨지는 봉황대 바로 곁에 6세기 초에 묻혔으며, 6세 이하의 남자 아이”라고 밝혔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매우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주장”이라며 “금령총의 재발굴 성과를 토대로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까지 융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일본 교토대학 요시이 히데오 교수의 ‘금령총 발굴과 일본 고고학’, 함순섭 경주박물관장의 ‘금령총 발굴과 한국 고고학’이란 주제 발표를 비롯해 금령총과 금령총 출토 유물 전반에 관한 연구성과 등이 발표된다.

금령총은 일제강점기 당시 부실한 발굴에 따라 국립경주박물관이 지난 2018부터 3년간 재발굴을 했다. 함순섭 관장은 “금령총의 장례 시점, 매장시설의 구조와 부장품의 특수성, 무덤 주인공과 그 시대의 특징을 논의하는 이번 학술심포지엄이 신라사 연구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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