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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러 파병 북한군, 어디까지 가나…"유엔 조치는 기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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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바스 전선 배치될 경우 국제법 위반 소지"…
쿠르스크 배치돼 러시아 영토 방어 맡을 가능성

머니투데이

러시아 독립 언론이 공개한 북한군 추정 영상 캡처 /사진=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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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사실이라고 공식 확인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를 벗어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한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까지 전쟁에 참여하게 돼 확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브리핑을 통해 최소 3000명으로 추산되는 북한군 병력이 이달 초순, 중순 사이 러시아 동부로 이동했으며 현지 군사시설에서 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임할지 아직 모르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북한군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앞서 미국 국방부와 나토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밝힌 대로라면 러시아는 2006년 유엔(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게 된다. 이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에 군사훈련, 조언을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상황에서 유엔이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러시아, 중국이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안보리에 어떤 조치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이날 게재한 칼럼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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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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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주체는 미국뿐이지만,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앞서 미국이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출 목적으로 대규모 금융·무역 제재를 가했지만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다. 러시아가 페이퍼컴퍼니와 암호화폐를 통해 제재를 우회하기 때문. 이미 최고 수준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도 러시아에 기대 생존에 성공했다.

빅터 차 석좌는 중국이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북한의 러시아 지원에 대해 중국은 "두 나라 사이의 일"이라며 개입을 꺼렸지만, 국익에 해가 된다는 판단이 들면 북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다. 빅터 차 석좌는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북한 역량이 강화되고, 중국 인근에 더 많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 군대가 배치된다면 중국에 해가 된다"며 "중국이 (강철 생산에 쓰이는) 석유 코크스의 북한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나토를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이 북한군 파병을 명분으로 직접 우크라 전쟁에 뛰어들 가능성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전선에 투입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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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보이는 보급품 지급용 설문조사 용지. CNN방송이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전략통이신 정보보안센터(CSCIS)를 통해 입수한 뒤 공개했다./사진=CNN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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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강의하는 라 메이슨은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투에 북한군이 투입된다면 서방은 이를 심각한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 경우 나토가 신속하고 단호히 대처할 것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책골을 넣은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가 아닌 공격을 받은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을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쿠르스크 일대에서 대규모 진격에 성공했고, 돈바스에 집중돼야 할 러시아 전력을 쿠르스크로 분산시켰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쿠르스크에 배치한다면 전력을 다시 돈바스에 집중하는 동시에 국제법 위반 논란을 회피할 수 있다고 메이슨은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을 격퇴하기 위해 동맹을 지원했다고 하면 국제법적 관점에서 합법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반면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 출신 존 허브스트 애틀랜틱카운슬 수석 이사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로 진격한 건 러시아가 먼저 침공했기 때문"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쿠르스크 방위를 북한군 파병 이유로 든다면 어불성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쿠르스크 방위는 북한군 파병을 합법화할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한편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23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보도에 대해 "허위와 과장"이라며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가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전에 개입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한국 안보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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