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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모험 가득·스릴 만점, 미로로 변신한 캐나다 옥수수밭의 재발견[통신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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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체험 행사, 광활한 옥수수밭에서의 짜릿한 미로 탐험

뉴스1

옥수수밭 미로 체험은 가을에 넓은 옥수수밭 속에서 길을 찾으며 모험을 즐기는 활동이다. 가족과 함께 미로를 탐험하고 다양한 미션을 해결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든다. 2024. 10. 20/ⓒ 뉴스1 김남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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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가을의 끝자락에 들어서면서, 캐나다의 풍경은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이 시기, 한국의 들녘도 추수할 벼들의 황금빛 출렁임이 물결을 이루겠지. 그러나 캐나다의 들판에서 물결치는 저 찬란한 것은 다름 아닌 옥수수다. 옥수수밭은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부드러운 바람에 일렁이며, 마치 자연이 그려낸 화려한 파도처럼 보인다.

캐나다의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 차를 타고 달릴 때면, 드넓은 옥수수밭을 마주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은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지만, 줄지어 서 있는 장대 같은 옥수수들은 마치 자연의 기둥처럼 질서 정연하게 서 있어 위엄이 느껴진다.

압도적인 거대한 옥수수밭을 마주할 때면, 저 속에 들어갔다가는 길을 잃고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마저 스친다. 끝없이 이어진 옥수수 줄기들 사이로 길을 잃으면, 마치 미로 속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 것만 같다.

그런데 캐나다 가을 놀이 중에 옥수수밭 미로 체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옥수수밭을 미로로 만들다니, 누군가도 나처럼 이곳에서 길을 잃기 쉬울 거로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오히려 놀이로 바꾸다니, 참 기발하고 독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호기심 많고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완벽한 실외 놀이터가 있을까? 방 안에서 게임기만 붙잡고 있던 아이도 "미로"라는 말에 반응해, 그동안 찰싹 붙어 있던 엉덩이를 순식간에 떼어내고 따라나선다. 넓은 옥수수밭 속에서 길을 찾는 이 모험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흥미진진할지 시작도 전에 우리는 흥분된 마음이 먼저였다.

옥수수 미로는 4헥타르(ha)의 넓은 공간에 조성되어 있으며, 단순히 길을 찾는 것 이상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며 즐겁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족 모두가 함께 몰입할 수 있다.

우리는 꼭 길을 찾아 탈출하자는 결의를 다지고 입구에 섰다. 수십 개의 코스와 다양한 테마가 그려진 지도를 받고 우리는 출발했다. 하지만 우리의 키보다 훨씬 위에 있는 훨씬 옥수숫대들을 보니 벌써 주눅이 들고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미로 공원처럼 계획적으로 잘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구역에 가면 자연 그대로의 날것의 느낌이 나기도 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데 참 겁이 났다.

하지만 겁을 내고 있으면 코스마다 우리가 맞춰야 할 퀴즈와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고, 탈출실 스타일의 퍼즐을 풀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었다. 길을 따라 검문소와 다양한 문제들이 마련되어 있어 이를 해결하고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조금 가면 또 갈림길이 나타나고, 겁낼 틈도, 망설일 틈도 없었다.

우리는 몇 번 길을 잃었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돌아오는 길까지 잃어버려 막다른 길에 고립되기도 했다. 그때의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러다 우리가 나가지 못하고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에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아들도 조금 무서워했지만, 이 미로를 풀지 못하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지 일부러 티를 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불안해하는 나를 위로하겠다며 우리가 지금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하자고 했다. 본인은 사자의 역할을 맡고, 나는 도로시가 되어 옥수수밭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찾아가는 모험이라고 생각하자며 나에게 용기를 주기까지 했다.

하루 밖에서 즐겁게 놀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지만, 의외로 머리를 써야 할 일도 많고 스릴도 가득했다. 길을 잃은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고, 가족끼리 단합도 되고, 아들에게 용기도 얻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드디어 미로의 끝에 도달했을 때, 우리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작은 관람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황금빛 옥수수밭과 멀리 펼쳐진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안 와봤으면 정말 후회할 정도로, 자연 속에서 오감을 다 사용하며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고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모험의 시간이 주는 매력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이곳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닌,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더 큰 기쁨을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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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존 가득히 장식돼 있는 호박들. 2024. 10. 20/ⓒ 뉴스1 김남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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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가을에 어디를 가나 호박들이 가득가득 있다. 이곳도 한쪽에 호박들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박 존에 오면 '호박 사냥'이나 '보물찾기' 같은 미션이 추가되어, 가족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미로 속에서 미션을 완수하고 보상을 받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밤에는 호박 등을 들고 미로를 탐험하는 '야간 미로 체험'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과정은 낮과는 또 다른 긴장감과 스릴을 제공하며, 특히 친구들끼리 모험을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특별한 경험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해가 저물며 바라본 옥수수밭은 다소 쓸쓸해 보였지만, 여기서 함께한 하루는 자연과 가족이 주는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우리는 내년에도 다시 이곳을 찾아 새로운 모험을 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우며 집으로 돌아왔다.

zziobe10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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