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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자이텍스 2024 참관기] 중국과 파키스탄의 약진에 주목하라...중동 최대 관심사는 '디지털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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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편집장]

테크M

유태양 크레센트컨설팅 매니징 파트너


필자는 몇몇 기관 요청으로 중동-북아프리카(MENA : Middle East & North Africa) 지역 최대 ICT 테크 쇼인 자이텍스(GITEX) 2024의 도슨트 및 관련 사이드 이벤트 호스트를 맡게 됐다.

자이텍스 2024는 이제 MENA 지역을 넘어 CES, MWC와 맞먹는 글로벌 주요 테크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디어와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참가기업만 올해 기준 251개에 달하지만, 참여 기업들의 홍보성 기사를 빼고는 제대로 된 탐방 기사나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다.

이에 필자는 자이텍스 2024 와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고, 중동 및 아랍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MWC, CES에 버금가는 자이텍스에서 살펴본 중동 ICT 산업

자이텍스는 지난 1981년 이래로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 정부가 매년 개최하는 중동-북아프리카-남아시아(MENESA) 테크쇼다. 개최후 2020년까지는 중동 지역 행사로 국한됐으나, 2021년 두바이 엑스포 이후로 행사의 위상과 영향력이 크게 강화되면서 현재는 자이텍스 북아프리카 행사도 열리고 있으며, 내년에는 유럽, 싱가포르, 태국 등으로 행사 개최지를 양적으로 질적으로나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180개 국가, 6700여개 기업이 참여하며 성황리에 종결됐다.

올해 행사는 참여기업과 참관객 모두 역대급으로 많았던 만큼, 두바이 국제무역센터(DWTC)에서 본 행사가 10월 14일~18일 사이에 진행됐고, 이밖에도 스타트업 쇼인 자이텍스 Northstar 또한 하루 이른 13일~16일 사이에 진행됐다.

무엇보다 해당 행사는 MENA, 그중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앞서있다는 GCC(Gulf Cooperation Council 에 가입한 6개 국을 묶어 이르는 말.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를 포함)의 기술 트렌드와 수요를 잘 보여준다. GCC 지역의 산업 구조 자체가 정부 및 공공기업의 비중이 높고, ICT 분야도 예외가 아닌 만큼 자이텍스 또한 개별 민간기업 보다는 정부 측의 전시 및 써밋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곤 한다.

무엇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네옴시티를 비롯해 카타르의 루사일 시티라던지, UAE 마스다르 시티 등 GCC 정부들이 앞다투어 미래 지향형 스마트 시티 구축에 큰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만큼, 올해도 이와 관련된 '스마트시티관'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 자이텍스의 주된 관전 포인트는 중국 기업의 대약진 일본의 행방불명 파키스탄의 의지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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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국영 기술투자 지주회사 G42 부스 사진 /사진=유태양 파트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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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폰서 '화웨이'...중국 기업 대약진

전통적으로 GCC, 특히 자이텍스 개최국인 UAE의 ICT 산업에서는 인도계 기업과 인재들이 강세를 보였다.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나 자문 분야는 영미권의 빅테크 기업과 컨설팅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했지만, 실무를 수행하는 하청업체나 중소형 기업들 사이에서는 인도계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UAE 거주자중 40%가 인도계로 추산되는 데다가, UAE와 인도는 수백년 전부터 이미 교역과 인재파견등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인도가 세계 최대의 ICT 하청 및 도급 공장역할을 하는 만큼 이들의 가격경쟁력은 타 지역 기업들의 추격을 불허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이후 남아시아와 아랍을 통해 동부 아프리카까지 자국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공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한복판에 위치한 GCC 지역 또한 중국이 큰 공을 기울이는 지역이며, 그동안에는 건설과 석유등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기업의 아랍 진출이 활발했었다. 이번 자이텍스 2024에서는 중국ICT 기업들이 GCC 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이번 자이텍스 메인 스폰서로는 화웨이가 단독으로 나섰다. 중국 ICT 기업들이 중동 시장에 대해 거는 기대를 잘 알수 있다. 뿐만 아니라 AI, 블록체인, IoT, 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 부스별로 모두 중국 기업들이 전시관의 좋은 입지를 차지하는 등 차이나 머니가 돋보였다.

특히 중국기업은 화웨이와 같은 빅테크 기업만 참여한게 아니라, 선전과 항저우에 위치한 중소형 디바이스 기업들도 다수 참여하는 등 사실상 모든 밸류체인 기업들이 부스를 연 상황이다. '칫솔부터 인공지능까지 다 만드는 나라', 제조업과 첨단기술산업을 모두 보유한 중국의 경쟁력을 잘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외주와 하청 중심의 인도 ICT 기업과는 달리, 중국 기업들은 ICT 원천 기술은 물론이고 사실상 테크와 제조분야 모든 밸류체인을 보유한 만큼 GCC 지역에서 앞으로도 큰 두각을 드러낼 공산이 크다.

존재감 없었던 일본...파키스탄은 '제2의 인도' 꿈꾼다

반면 일본은 한중일 3국중 가장 뒤떨어지는 존재감을 보였다. 우선 소니를 포함해 자체 부스를 차린 주요 기업도 거의 없는데다가 더 나아가 참관객들 사이에서도 한국어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반면 일본어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스타트업 전시인 자이텍스 Northstar 에서만 중형규모의 통합 스타트업 기술 전시관을 내어 체면치례를 한 수준이었다.

비GCC 지역중 국가 단위에서 또다른 존재감을 보인 주체는 파키스탄 이었다. 파키스탄은 국가 단위로 준 메인 스폰서급으로 협찬을 하며, 아예 커다란 파키스탄 테크 부스를 차려 프로모션에 나섰다.

인도랑 이웃한 파키스탄 또한 유창한 영어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 인도가 ICT 서비스 아웃소싱과 하청으로 빠르게 성장한 전략을 벤치마킹해 그대로 고속 성장을 구가하는 중이다. 향후 유력한 고객이 될 법한 GCC 지역에 눈도장을 찍고자, 자이텍스 2024에 대형 부스를 차린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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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경찰청 사이버트럭 콘셉트카 /사진=유태양 파트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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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파키스탄 통합 부스에 참여한 파키스탄 기업들은 독점적인 기술력이나 고유한 서비스보다는 아무래도 가성비를 내세운 중소형사가 대부분이었던 만큼, 아무래도 그 한계 또한 명확해 보였다.

두바이는 거대한 ICT 테스트베드...아부다비는 '큰손'

자이텍스 2024 행사에서 돋보인건 각국 정부, 특히 GCC 국가들의 디지털 관련 정책과 수요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던 디지털시티관이었다. 신기술과 콘셉트 중심의 CES 와는 달리, 자이텍스는 실제 수요처와 ICT 기업간의 매칭 행사의 의의가 높다. GCC 지역 최대의 수요처가 각국 정부인 만큼, 디지털시티관은 가장 화려한 전시로 참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주체는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와 UAE 아부다비, 그리고 두바이 정부였다.

앞서 올해 초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스마트 시티 네옴시티가 좌초 위기에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해당 보도가 진실과 부합하는지 차치하더라도, 사우디 정부는 디지털 전환에 진심이라는 걸 이번 자이텍스 2024에서도 잘 보여주었다.

수년 전만해도 자이텍스 참여가 구색 맞추기 수준에 불과했던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는, 이번에는 핵심 정부기관별로 별도 참여부스를 만들며 빈 살만 왕세자가 그려가는 미래의 사우디 아라비아 계획 비전 2030 현실화를 홍보하느라 한참이었다.

UAE의 행정수도이자 제 2의 도시인 아부다비는 GCC 지역을 넘어 글로벌 최대 테크 투자자 중 하나로 자리잡은 위엄을 보였다. 아부다비는 국부펀드인 ADIA를 포함해 또다른 국부펀드 무다라바, 기술 투자 기업 G42, 로얄 그룹 등 다수의 투자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테크 분야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 국왕의 동생인 쉐이크 타눈 왕자가 이끄는 G42는 오픈 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전세계의 주요 AI 관련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데 속도를 올리고 있으며, 자회사를 통해 최초의 아랍어 LLM인 팔콘을 내놓는 등 성과 또한 눈부시다.

이번 행사에서도 G42 및 복수의 자회사들이 자체 부스를 내고 참여해 AI 및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투자 성과를 자랑스레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뽐내었다.

자이텍스 개최국이자 UAE 제 1의 도시인 두바이는 역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였다. 대부분의 주요 정부기구들은 자체의 디지털 정부 및 서비스 관을 설치, 얼마나 빠르게 두바이가 디지털 정부 구현 및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는지 성과를 전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특히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한 건 두바이 경찰청 부스였다. 두바이 경찰청은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을 활용한 차세대 순찰차 콘셉트를 보여 인기를 끈데 이어, 드론과 IoT를 이용한 신속 순찰 시스템 또한 선보여 관람객이 인산 인해를 이뤘다.

<2편에 계속됩니다>

글=유태양 파트너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유태양 님은?

유태양 파트너는 전 매일경제 신문 취재기자 출신으로, UAE에 소재한 리서치 & 컨설팅 기업 크레센트 컨설팅의 한국 담당 파트너로 재직중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브랜딩 & PR 하우스인 ㈜나무PR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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