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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IMF “저성장 넘을 구조개혁, 정치 신뢰·소통 강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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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 본부 건물 앞으로 행인들이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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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와 사교육 확대, 생산성 저하 등에 따라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이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기란 이례적인 사건과 여기에서 비롯된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점차 변화하는 오늘날 구조개혁의 중요성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각되는 중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의 핵심 화두도 구조개혁이다. 기금은 22일 공개한 세계전망보고서(WEO)에서 절실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구조개혁에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기금이 콕 짚은 전제조건 3가지는 ‘정부(정치)의 신뢰’와 ‘소통 강화’, ‘참여’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불통이라고 여겨지는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확한 정보 전달, 충분한 소통” 아이엠에프는 구조개혁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 또는 반대 의사 결정의 요인과 변수를 파악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분석을 시도했다. 우선 1996∼2023년 기간 76개국에서 추진된 상품·노동시장 개혁 추진 사례를 살폈다. 그 결과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전세계적으로 구조개혁 사례 자체가 급감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위기 이후 사회적 불안과 공적 기관에 대한 불신, 정치에 대한 불만 등과 맞물려 있다”는 게 아이엠에프의 해석이다. 정부와 정치, 그리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경제 주체들이 이전보다 정책 변화에 더 민감하고 거세게 반발했고, 이런 수용성 악화가 개혁의 좌초를 낳았다는 뜻이다.



캐나다·이탈리아·영국 태생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민자 통합 정책(외국인 노동자 지원 등)에 대한 조사 결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엠에프는 “지지 입장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정책에 대한 이해가 52.8%였고 경제적 이해관계는 11.1%에 그쳤다”고 밝혔다.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소통이 개혁 성패의 주요 변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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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통합 정책의 경제적 순효과와 이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정책의 작동 원리 등의 추가 정보를 제공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비교에서도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추가 정보가 제공된 그룹의 정책 지지율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견줘 10.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엠에프는 “독립적인 기관의 정책 연구와 필요성 입증, 공개적인 포럼, 시범사업, 대규모 설문조사 등을 통한 초당파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대중의 우려 표시와 같은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피해 완화 대책, 대중이 신뢰해야” 구조개혁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아이엠에프는 강조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이를 완화할 대증요법을 국민에게 약속해야 하는데, 아이엠에프는 이 과정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자산이 ‘신뢰’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보완 대책이 추진될 거란 국민의 ‘신뢰’ 없이 구조개혁이 성공하기란 어렵다는 의미다.



설문조사 결과, 이민자 통합 정책을 반대한다는 응답자 가운데 약 50%가 피해를 본 노동자들에 대한 한시적 세 부담 완화나 과밀해질 우려가 있는 학교·병원 등 공공인프라 확대, 신규 주택 건설 등이 추진된다면 정책 지지로 입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이런 보완대책에도 반대입장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53.9%는 “약속된 정책을 추진할 역량과 의지가 정부에 있다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런 분석 결과는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을 추진한다며, 이해관계자 사이의 파열음만 내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현 정부가 4대 개혁 화두를 던진 것은 좋았으나,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하며 낮은 지지율을 면치 못하는 데 나아가 개혁 과제들이 사실상 진척이 없다”며 “의사나 건설노동자 등 구조개혁의 대상자를 ‘카르텔’로 지목해 공격하는 지금의 방식만 고수할 경우 4대 개혁은 ‘레토릭’(정치적 수사)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워싱턴/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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