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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맞선 성직자 귈렌, 미국 망명 중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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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7월29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세일러스버그에 있는 자택에서 페툴라 귈렌. 펜실베니아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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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이슬람 성직자 펫훌라르 귈렌이 20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8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16년 7월 수백명의 튀르키예인이 사망한 군사 쿠데타의 배후에 있다는 혐의를 받고 미국으로 망명한 뒤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귈렌의 활동을 발표해왔던 누리집 헤르쿨은 귈렌이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20일 오후 9시20분 사망했다고 밝혔다. 영국 비비시(BBC) 등은 귈렌은 수년간 앓아온 신장 질환으로 1999년부터 망명 생활을 해온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병원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중동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귈렌의 죽음은 튀르키예 정치에서 한 시대의 종말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1941년 태어난 그는 1970년대 튀르키예에서 히즈메트(봉사)라는 종교운동을 시작했다. 100개국 이상의 튀르키예 학교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됐다.



그의 운동은 이슬람 성직자 사이드 누르시(1876~1960)가 강조한 이타주의, 근면, 겸손 등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뼈대였다.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귈렌은 이 단체를 정치운동 단체로 전환했고, 경찰과 사법부, 군대 등 주요 기관에 추종자들이 배치됐다.



귈렌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튀르키예 대통령과 함께 튀르키예를 세속적 이슬람 국가로 만들고자 했지만, 이후 그와 사이가 틀어지며 망명길에 올랐다. 2016년 군부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 배후로 귈렌을 지목하기도 했다.



앞서 히즈메트 운동은 테러조직으로 규정됐다. 귈렌은 쿠데타의 배후를 부인했지만 이후 2년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숙청에 나섰다. 쿠데타 시도 혐의로 약 70만명이 기소됐고, 10만여명이 구금됐다. 약 15만명의 공무원이 해고됐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귈렌은 1999년부터 미국에 망명해 살고 있었다. 튀르키예는 재판을 위해 그의 인도를 미국에 요청했지만 미국은 쿠데타 개입 증거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그를 보내지 않았다. 튀르키예 정부는 2017년 그의 국적을 박탈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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