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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유레카] ‘비선 실세’ 논란의 종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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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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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선 실세’를 자처하며 주요 공공기관 임원 지원자에게서 거액을 뜯어낸 3명에게 지난 5월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공공기관장이나 공기업 임직원을 비밀리에 검증해 추천하는 일을 한다”고 소개하며 12명에게 2억7500만원을 뜯어냈다고 한다. 실제 돈을 보낸 피해자는 12명이지만, 이들에게 이력서를 보낸 이들은 80여명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에서 ‘비선 실세’ 신화는 힘이 세다. 비선(秘線)은 공식 업무 계선에서 벗어나 있지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말한다. 비공식적이되 ‘일이 되도록’ 하려면, 이 비선의 권력이 막강해야 한다. ‘비선’과 ‘실세’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이유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역대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 측근 등은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정치적·경제적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예외 없이 감옥에 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 박철언씨는 ‘6공의 황태자’로 통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소통령’으로 행세하며 각종 인사·이권에 개입했고, ‘홍삼 트리오’로 불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씨도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만사형통’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 정부는 ‘비선 실세’ 문제가 대통령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박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저는 가족도 없고 자식도 없다”고 했지만, ‘가족과 자식’을 대신한 최순실씨의 전방위 국정 개입이 드러나면서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의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윤석열 정권에선 김건희 여사와 그 측근들의 비선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7상시’로 불리는 김 여사 측근들은 음주운전이 적발돼도 자리를 지키고(ㄱ 선임행정관), 총선 낙천 이후에도 재기용되며(ㄱ 행정관), 직함을 바꿔가며(ㅇ 비서관, ㄱ 비서관) 대통령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김 여사를 ‘작은엄마’라 부르는 특수 관계(ㅎ 행정관)도, 김 여사 ‘홍보 전담’(ㅊ 비서관) 의혹을 받는 이도 있다. 대통령실을 떠나서도 주요 공기업 수장 후보(ㄱ 전 비서관)로 낙점됐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역대 정부에서 비선 문제는 결국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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