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학습효과'까지…내년 2월말 전 재도전
최근 밸류업 수혜를 타고 은행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새내기' 은행주가 될 뻔 했던 케이뱅크는 수요예측에서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올해 은행주에 대한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진 것이 케이뱅크 흥행에는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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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는 최근 이달 말로 계획됐던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케이뱅크가 IPO 도전에 실패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주 진행한 케이뱅크 수요예측에서는 기관투자자 대다수가 희망 공모가 하단 또는 이를 밑도는 금액을 써내는 등 기대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이번 수요예측 부진의 원인으로 8200만주에 달하는 공모주식 수를 꼽았다. 이밖에 높은 업비트 의존도에 대한 우려,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 또한 흥행 실패 원인으로 거론됐다.
은행주 상승, 케이뱅크 흥행에 '독' 됐나
일각에선 최근 은행주가 크게 상승하는 분위기인 점을 고려할 때 케이뱅크의 수요예측 부진이 더욱 뼈아팠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이런 은행주 상승세가 케이뱅크에 대한 투심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은행주에 대한 매력이 높은 주주환원율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주주환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케이뱅크의 경우 은행주로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분석이다.
전년 대비 크게 올랐지만 은행지주 네 곳의 지난 6월 말 기준 PBR은 0.36배~0.61배로 여전히 1배를 밑돈다. 반면 케이뱅크의 비교기업 평균 PBR은 2.56배로 이보다 훨씬 높다.
'통 큰' 주주환원율을 내건 은행지주들의 PBR이 1배 이하인데, 케이뱅크에 2배 이상의 PBR을 적용할 근거가 모자랐다는 해석이다.
기관투자자 한 관계자는 "은행지주들이 현금성자산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케이뱅크의 상대적 매력이 덜해진 측면이 있다"라며 "과거 대비 공모가를 낮추긴 했지만 카카오뱅크나 다른 은행주에 비해 싸다고 보긴 어려웠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인뱅도 은행주"…카카오뱅크 '학습효과'도 한몫
그렇다고 옛날처럼 인터넷은행이 가진 플랫폼 성장성을 내세우기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 상장을 겪으면서 '학습 효과'가 커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IT기업으로서의 성장 기대감을 인정받아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기업 가치를 적용받았다. 이에 한때는 KB금융을 제치고 금융 대장주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은행이냐, 플랫폼 기업이냐'라는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은행과 차별화된 사업모델 및 성장성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상장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터넷은행도 '은행주'라는 인식이 과거 대비 확산한 상황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대감이 정상화된 부분이 있다"라며 "물론 성장을 하겠지만 이자수익을 내는 은행 이상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인식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상장 이후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투자, 투자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뚜렷한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서는 에쿼티 스토리를 충분히 만들어야 하는데 케이뱅크의 경우 뚜렷한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라며 "단순히 공모구조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증시 침체에 팔짱 낀 투자자들
이처럼 은행주로서도, 플랫폼 기업으로서도 성장성을 강조하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이 국내 증시 부진 등과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케이뱅크의 수요예측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상장 과정에서 받은 기관투자자의 의견과 수요예측 반응을 토대로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내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8월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했다. 상장 예비심사 기한은 이로부터 6개월 이후인 내년 2월 2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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