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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김 여사가 대통령 같은 나라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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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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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근 | 뉴스총괄부국장



“김건희는 왜 항상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걸까? 항상 센터야.” 지인들은 오래전부터 김건희 여사 사진에 의문을 제기했다. ‘빈곤 포르노’ 논란을 부른 캄보디아 심장질환 어린이를 안은 사진(2022년), 순천만정원박람회 때 관람차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찍은 사진(2023년)이 공개됐을 때 이런 얘기를 한 언론인도 많았다. “용산에 여사 사진을 감식하고 풀(언론에 공개)하는 체계가 있기는 한 거야? 어떻게 비칠지 모르고 저런 사진을 뿌려대?” 난 “여사를 돋보이게 하려는 충정일 것”이라고 무심하게 대꾸하곤 했다.





그런데 명품 백 수수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면죄부 삼아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재개한 지난 9월10일. ‘마포대교 순찰’을 보면서 스스로 권력자라 착각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생명구조 최일선에서 일하는 요원과 도보 순찰 행사를 기획하고, “앞으로도 문제를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는 말씀 자료까지 낸 것은 스스로 대통령이라 착각하지 않고선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손을 들어 무언가 지시하는 듯한 김 여사 사진엔 박정희·전두환의 순시 모습이 겹쳐졌다. 대중의 눈은 예리했다. “대통령 놀음 그만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내가 사는 동네 큰길가엔 ‘국민은 김건희를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다’는 진보당의 펼침막이 내걸렸다. 그 길을 지날 때 중고등학생 입에서 나오는 날것인 민심을 들을 수 있다. “야, 정말 명언 아니야?” “진짜, 김건희는 지가 대통령인 줄 안다니까.”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2021년 12월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 여사는 허위 이력 논란에 사과 회견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거 때 표 달라는 후보와 그 아내가 내뱉은 말이 온전히 실현된 바 없기에 유권자는 웬만하면 참아 넘긴다. 김 여사는 너무 멀리 엇나갔다. 그는 국민적 근심거리다. 야당의 흔들기 탓이 아니다. 논란이 일면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비난이 잦아들면 다시 나타나는 지난 2년여 ‘눈속임 처신’이 한계에 다다랐다. 근신을 끝내자마자 ‘대통령 놀음’ 같은 순찰로 국민 감정선을 자극하더니, 정치 브로커 명태균과 김영선 전 의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이준석 의원 등이 얽히고설킨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과정 김 여사의 역할이 드러났다.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이 그동안 김 여사에게 보여온 굴종적 태도에 분노한 국민은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면죄부에 “이게 나라냐, 여사가 대통령이냐”고 묻는 지경에 이르렀다.





동네엔 이제 “꼴도 보기 싫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펼침막까지 내걸렸다. 윤 대통령은 왜 온갖 의혹에 휩싸인 김 여사에게 단호하지 못한가. 정치권엔 다양한 해석이 나돈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 건 정치 경험이 일천하고, 통장 잔고 2천만원인 윤 대통령을 결혼 상대로 점찍고, 가족은 물론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대통령을 만들어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이 의존적이라는 설명이다. 뒷담화 수준의 얘기는 명씨 등장으로 진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이 정계 입문할 때 가장 중요한 관문인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 만남의 연결고리가, 김 여사가 “완전 의지하는” 명씨였다는 게 일단 확인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며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김 여사는 또 숨바꼭질 처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명씨와 주고받은 ‘오빠 문자’ 때문에 소환된 대선 전 ‘서울의 소리’ 기자와 통화에서 한 말처럼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 “내가 다 챙겨 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 완전 바보”인 남편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 자신이라는 김 여사의 생각이 바뀔까. 김 여사는 “내가 정권을 잡으면” “적극적으로 남북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이라는 포부까지 밝힌 바 있다. 김 여사는 권력공동체인 윤 대통령에게 정당한 지분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지금은 면죄부를 받은 듯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저 이전과 공사의 비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의혹’ 등도 그를 끈질기게 따라붙을 것이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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