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2 (화)

순교자인가 겁쟁이인가…숨진 신와르를 바라보는 두 시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1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의 파괴된 모스크에서 사람들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장례 기도를 하고 있다. 칸유니스/신화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사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흐야 신와르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대립하고 있다. 이란과 팔레스타인에서는 그를 순교자 또는 영웅으로, 이스라엘은 그를 부도덕한 지도자이자 겁쟁이로 기록하고자 한다. 신와르 제거로 ‘하마스 척결’을 완수하려던 이스라엘이지만, 아랍권에서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과열되거나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이스라엘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 신와르의 죽음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신와르의 명복을 비는 장례 기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의 죽음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요르단, 이집트와 같이 미국과 동맹 관계인 아랍국가의 동요를 부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 문제 위원회 수석연구원인 베벌리 밀턴 에드워즈는 워싱턴포스트에 “신와르의 이미지가 더 많은 신병 모집, 저항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신와르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한 ‘알 아크사 홍수’ 작전 몇 시간 전 가족들과 함께 땅굴을 이용해 짐을 옮기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하며 그를 부도덕한 지도자로 묘사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신와르가 침대, 베개, 음식, 물, 텔레비전 등 가족과 물건들을 하마스의 땅굴을 이용해 옮겼다. 신와르는 항상 가자 주민보다 자신과 돈, 테러리스트를 우선했다. 이건 가자 주민들에게 없는 사치였다”고 말했다.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신와르 부인이 들고 있는 검은색 가방 영상 갈무리(캡처) 사진을 올린 뒤 “(부인이) 3만2천달러(약 4400만원) 상당의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이스라엘정책포럼의 시라 에프론 수석 이사는 시엔엔(CNN)에 이스라엘이 이번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이스라엘이 여론의 방향을 수정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사망 당시) 신와르는 (이스라엘이 주장하듯) 터널에 있지 않고 인질을 앞세우지도 않았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의도가 아니”라며 “(드론에 막대기를 던지는 신와르의 마지막 영상) 이후 게시한 (땅굴 대피) 영상은 이스라엘이 선호하는 이야기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한겨레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 페이스북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신와르의 마지막 영상에는 그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흐의 탈 알술탄 지역의 한 건물 안에서 손에 총상을 입은 채 앉아있다가 자신을 발견하고 공격하기 위해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향해 바닥에 떨어진 막대기를 힘겹게 던지며 저항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하마스와 이란은 ‘희생’, ‘투사’, ‘순교’ 등의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이후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칼릴 하이야는 18일 신와르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는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우리의 해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다. 평생을 거룩한 투사로 살았다”고 지칭했고, 하마스와 동맹관계이자 이스라엘과 대립하고 있는 이란 유엔대표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신와르의 사망을 순교(Martyr)라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