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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악순환 고리 끊는다" 금융당국, 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손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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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안내문이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내부에 게시돼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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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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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 문턱도 높일 전망이다. 부동산 갭 투기, 전세 사기, 역전세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다만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끊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전세대출 취급 시 임대인 대상 신용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의 자체적인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해 임대인의 전세자금 반환 능력을 따져보겠다는 얘기다.

전세대출의 이자는 임차인이 갚지만 실질적인 차주는 임대인이다. 전셋값 하락 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임대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을 내주면 전세 사기 방지는 물론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90~100% 수준인 전세 보증 비율을 80%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 보증은 보증금 반환 지연에 따른 임차인의 피해를 막을 수 있지만,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임대인의 악용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 임대 보증금 미반환 액수는 1762억원, 두 번 이상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도 14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4년간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출자한 주택도시기금은 5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대출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 DSR은 보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눠 산출된다. 하지만 전세제도가 서민의 주거 사다리라는 점을 고려해 전세대출에는 DSR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제도개선 움직임에 부동산 시장은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정책을 손볼 때가 됐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전세대출을 완전히 틀어막는다고 하더라도 전세 제도 자체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전세대출이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문제는 전세 사기 등의 부작용을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상환기간이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문제"라며 "주담대가 있는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을 금지하거나 전세가율을 약 3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있다"고 제언했다.

물론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임대인 신용평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정책을 금융당국이 주도할 게 아니라 은행권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을 풀어주면 전셋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지나치게 조이면 실수요자들이 주거복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대출 규제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가계대출 대책이지만, 관치금융보다는 은행권에서 실수요자 보호 중심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증 기능만 갖고 있는 임대인에 대해 신용평가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며 "전세대출의 주채무자인 임차인에 대한 DSR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시장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규제 강화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의 월세화 과정에서 주거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계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인 신용평가에 대해 "전세대출을 받지 않는 임차인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세대출 문턱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세대출도 일반적인 신용대출과 마찬가지로 차주의 직업안정성과 소득 등을 평가해 적용하겠다는 건 올바른 방향이지만, 서민 복지정책을 일환으로 여겨져 쉽게 줄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전세대출 총량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전세는 집값이 내려가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임차인이 상환능력 대비 과도하게 대출을 받는 구조적인 이슈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전세 부작용을 줄이겠다면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시키거나 LTV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소득수준이 낮아 자금이 부족한 경우 보증금을 적게 내고 월세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전세의 월세화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속도 조절하며 정책 로드맵을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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