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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내가 쓴 일기, AI가 12시간 뒤 답장…“인간관계 고민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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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공지능 기반 마음관리 서비스 ‘답다’를 개발한 엘지(LG)유플러스 마음대로스쿼드 안미화(사진 왼쪽) 프로덕트오너(PO)와 이인성 선임. 엘지유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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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한테도 말하기 어려운 얘기가 있잖아요. ‘답다’에 털어놓으면 내 생각과 감정에 대해 어떤 비판도, 판단도 하지 않는 ‘마링이’가 답장을 드려요. 인공지능(AI)이 사람의 감정을 보듬어줄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15일 서울 중구 엘지(LG)서울역빌딩에서 만난 엘지유플러스 마음대로스쿼드(프로젝트팀) 안미화 프로덕트오너(PO)와 이인성 선임은 직접 기획·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마음관리 서비스 ‘답다’(답장 받는 다이어리)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스마트폰 앱 ‘답다’는 하루 한 번 일기를 쓰면 오픈에이아이의 지피티(GPT) 모델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상담사 ‘마링이’가 12시간 뒤 답장을 주는 서비스다. 110여개의 감정 중 하나를 골라 2000자 이내로 일기를 쓰는 ‘감정일기’와 인공지능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질문일기’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일기를 쓸 수 있다.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인공지능의 답장이 위로가 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달까지 약 5만3000명(누적 가입자)이 가입해 약 30만9000개의 일기를 작성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마링이’에게 입력된 프롬프트(AI에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명령어)의 수준에 따라 답장 내용은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해진다. 안미화 프로덕트오너는 “비식별화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이용자들은 인간관계와 관련한 고민이 많은 편”이라며 “(이용자 관심사를 반영해) 인공지능이 일기에서 이용자의 인간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포인트를 찾아 답장을 주도록 프롬프트를 최적화하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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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LG)유플러스 직원이 인공지능 기반 마음관리 서비스 ‘답다’의 화면을 보고 있다. 엘지유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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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다’ 서비스는 우울증·불안장애를 겪거나 간호사·어린이집 교사 같은 감정 노동자, 지적 장애인 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람과 대화할 땐 표정 등에서 드러나는 상대방의 감정이나 평가를 의식하게 되지만, 인공지능은 그런 부담 없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 있고 친절한 답장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일기를 쓰면 12시간이 지나야 ‘마링이’의 답장이 오는 것도 서비스의 매력 중 하나다. “화가 났을 땐 주변에서 하는 말이 안 들리지 않나. (감정이 가라앉은) 12시간 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마링이’의 조언이 더 와닿는 것”(안미화 PO)이라는 게 개발팀의 설명이다.



‘마링이’와 소통할 수 있는 감정 상태의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답다’ 서비스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인성 선임은 “지난달 출시 1주년을 맞아 진행한 ‘감정 단어 콘테스트’에서 11개 후보 가운데 ‘공허한’(19%)이 1위를 했다. 이용자들이 추가를 제안한 감정 단어를 선정해 앞으로 더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미화 프로덕트오너 등 5명의 개발팀은 애초 워킹맘을 위한 정신건강 케어 사업을 구상했지만, 심리 상담을 받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고려해 ‘답장 주는 일기’ 서비스를 기획했다. 개발 초기 단계 땐 심리상담사가 직접 답장을 썼지만 상담 비용과 느린 속도가 문제였다. 이후 개발팀이 심리상담사와 인공지능이 작성한 답장을 가지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작성자를 가린채 실험했더니, 인공지능 답장이 좋다고 한 반응이 절반이나 나오면서 현재와 같은 서비스로 진행했다.



‘답다’는 내년 중 유료 서비스 도입 등 본격적인 업데이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마링이’의 즉각적인 답변을 원하는 의견도 반영해 ‘빠른 답장’ 기능을 추가하고, 이용자의 월별 감정 변화와 긍정성 지표 등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감정 리포트’ 도입을 추진한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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