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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사설] “북한군 1만여 명 파병 결정”, 러시아 반대급부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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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네 여단 총 1만2000여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1500여 명이 이미 이동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긴급 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과거 북한은 베트남전·중동전 등에 병력을 보낸 적이 있지만 전투기 조종사 등 소규모였다. 1만여 명 파병 결정은 북한 역사상 처음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2022년 개전 이후 죽거나 다친 러시아 병사만 70만명에 이른다. 러시아는 전국 교도소 수감자까지 전쟁터로 내몰고 있다. 파병할 북한군은 러시아군보다 무기·장비가 열악하고 러시아 부대와 언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지형지물까지 생소한 전장에서 싸우면 떼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곧 겨울이다.

김정은은 북한군 1만여 명이 받을 월급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지금 북한은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며 경제난에 계속 허덕이고 있다. 지난여름 수해 복구도 아직 끝내지 못했다. 전투병은 해외 파견 근로자보다 임금을 몇 배 더 받는다고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참전은 북한 장교들이 현대전 경험을 쌓고 신형 무기에 익숙해질 기회”라고 했다. 김정은은 통치 자금을 마련하고 대남 공격력을 키우기 위해 1만여 명 북한 청년을 총알받이로 내몰려 한다. 기가 막힌다.

병력을 받은 러시아는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줄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군사 동맹을 부활시킨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계속 밝히고 있다. 북한은 아직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하지 못했고, 군사 정찰위성 능력도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탄두 ICBM과 첨단 위성 등은 김정은이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무기다. 대한민국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

파병한 북한군 다수가 죽거나 다쳐서 귀국하면 민심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전장에서 탈영해 망명할 수도 있다. 장마당에서 자란 북한 MZ 세대는 김씨 체제의 통제를 호락호락 따르지 않는다. 대규모 파병은 김정은에게도 도박일 것이다. 최근 북한이 ‘무인기 전단’을 들고나와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경의선 폭파 쇼 등으로 한국과 단절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러시아 파병 결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북·러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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