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9 (토)

한강 노벨문학상 직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선 무슨 일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독일 출판사 한강 작품 대대적 홍보

한국 문학에 뜨거운 관심 쏟아져

조선일보

16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 첫 날. 소설가 한강 책을 출간한 독일 출판사 아우프바우(aufbau) 부스. '작별하지 않는다' 독일어판은 오는 12월 이 출판사에서 나온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Messe)에서 제76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시작됐다. 20일까지 5일간 진행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해 참가자는 21만5000명에 달하고, 95국 4000개 업체가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 기간에 2600개의 이벤트가 진행됐다고 한다. 전 세계 출판인들의 축제나 다름없다.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진행돼 한국 출판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도서전 분위기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도서전 개막 전부터 일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 발표 후 글로벌 출판 비즈니스 거래의 메카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무엇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초집중되는 상황이다.

과거엔 도서전 기간 중 노벨문학상을 발표한 적도 있다. 직전의 긴장감, 직후에 감지되는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 수상 작가와 연관 있는 출판사 부스에서는 거의 파티가 벌어지다시피 한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는 출판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곤 했다. 이번엔 그 ‘파티’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1998년 도서전 때는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1922~2010)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전시장 내에서 그의 작품 번역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한국어 번역판권을 관리하는 에이전트로서 전시장에서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정보에 귀를 기울였다. 작가의 에이전트와도 긴밀히 소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국에서 경제·경영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 LID의 한 관계자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런던 시내 주요 서점가에서 한강의 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한 뉴스를 보여줬다. 김호연·김혜진 작가의 책을 출간한 독일의 유력 출판사인 한저(Hanser Verlag)의 한 편집자는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번 수상자 발표 이후 그 관심은 더 공고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좋은 문학작품을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브라질을 기반으로 영미·유럽권에서 에이전트로 활동 중인 한 문학 에이전트는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에 관심을 보인 덴마크 출판사의 오퍼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 문학은 북유럽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16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 첫 날. 소설가 한강 책을 출간한 독일 출판사 아우프바우(aufbau) 부스. 한강의 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바쁠 사람은 현재 한강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영국의 RCW 에이전시일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발표되면, 해당 작가의 미번역 작품이 상한가를 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만료될 예정인 작품의 경우 곧장 재계약이 이뤄진다. 기존 계약을 다른 출판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출판사들도 바빠진다.

문학성은 인정받았지만 너무 난해해 현지 출판 시장에서 당장 어필하기 어려웠던 작품들도 빛을 본다. 과거 필자가 한국어 판권을 관리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과 앨리스 먼로의 경우가 생각난다. 수상자 발표 이후 국내 출판계에서 그들의 번역 판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그야말로 거셌다. 이번을 계기로 그간 번역·출간되지 않았던 한강 작가의 책들이 여러 언어권에서 출간돼 나올 것이다. 빛과 같은 속도로 관계자들이 관심을 타진할 것이고, 더불어 계약 진행이 분주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강의 다양한 작품을 낸 독일 출판사 아우프바우(aufbau) 부스엔 현재까지 독일에서 출간된 그의 모든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작가의 대형 사진도 부스 벽면에 설치됐다. 주말이면 현지의 많은 독자가 찾아와 이 부스는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 아우프바우 관계자들은 큰 기대감을 안고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만날 한국 문학과 한국 출판의 풍경이 기대된다. 스케치가 완성됐고, 이제 채색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어떤 작가의 책을 어떤 색으로 장식하며 완성도 있는 한편의 그림을 완성해 갈지는 독자·출판사·편집자 그리고 에이전트 등 모두에게 달렸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이 그렇게 탄생했던 것처럼.

조선일보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해외 판권 세일즈로 한강을 세계에 알리는데 첫 스타트를 끊었다. /전기병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학 에이전트인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2008년 한강을 처음 만났다. 그는 ‘채식주의자’를 해외에 수출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3년, 영국 포토벨로 출판사가 ‘채식주의자’ 판권을 샀다.

[이구용 문학 에이전트·KL매니지먼트 대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