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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짧고 굵었던 '이종석 헌법재판소' 10개월…후임 없이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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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유류분 등 주요 사건 처리…미제사건 감소 성과

막판 가처분 결정으로 '헌재 마비'는 피해…연임 가능성도

연합뉴스

퇴임사 하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24.10.17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종석(63·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장이 약 10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17일 퇴임했다.

이 소장은 짧은 임기에도 불구하고 유류분 사건과 기후 소송, 검사 탄핵 등 굵직한 사건들을 여럿 처리해 주목받았다.

제도 개선을 통해 재판 지연을 일부 해소하는 성과도 냈으나 임명 절차가 지연되면서 전임 유남석 소장과 마찬가지로 후임자 없이 헌재를 떠나게 됐다.

이 소장은 2018년 10월 18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취임했고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12월 1일 제8대 헌재 소장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재판관의 임기는 6년인데, 재판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정하게 되어 있어 재판관 임기가 종료되면 소장직에서도 물러나게 된다.

이 소장도 재판관으로서는 6년을 채웠지만 그중 소장으로 일한 기간은 322일에 불과하다. 300일간 재임한 이진성 전 소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임기가 짧다.

취임 직후 이 소장은 미제 사건, 특히 오랫동안 방치된 사건들을 우선해 처리하도록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월호 유족들의 헌법소원이 10년 만에, 사드(THAAD) 관련 경북 성주 주민들의 헌법소원이 7년 만에 헌재 결정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학대 등 패륜 행위를 한 가족에게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정한 유류분 제도에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 '기후 소송'에 대해 2차례 공개 변론을 연 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부실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결정도 아시아 최초로 지난 8월 내놨다.

두 사건 모두 2020년부터 헌재에 걸려있던 주요 장기 미제 사건이었다.

지난해 연이어 접수된 검사 탄핵 3건 중 2건(안동완·이정섭 검사)을 기각하면서 검사 탄핵의 요건 등에 관한 선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밖에 친족상도례나 태아 성감별 금지법 등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옛 관습들도 이 소장 체제 아래서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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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내 첫 기후소송 마지막 공개변론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국내 첫 기후소송 2차 변론 시작에 앞서 이종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헌재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재판 지연도 일부 해소하는 성과를 냈다.

이 소장은 취임 당시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인사·운영·심판 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장기적·단기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2월에는 부장 1명과 부원 5명으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신설해 사전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재판관별 전속 연구 부서에 인력을 늘렸다.

그 결과 이 소장 취임 전 1천544건이던 누적 미제 사건이 올해 7월 말에는 1천271건으로 약 18% 감소하는 성과를 냈다. 법정 처리 기한(180일)을 넘긴 미제 사건은 약 30% 감소했다.

사건이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하고 각하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처리사건 중 각하 비율은 2019∼2021년에는 82%, 2022년에는 83%, 지난해에는 76%를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7월 말까지 65%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 같은 개선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회가 재판관 선출 몫을 두고 다투면서 이 소장은 물론 함께 퇴임한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소장도 이날 퇴임사에서 "헌법재판소의 현재 상황은 위기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단 최악은 피한 상태다. 헌재는 재판관 3명의 퇴임을 3일 앞둔 지난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재판관 7명 이상이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정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당장의 숨통은 트인 셈이지만 법정 정원을 채우지 못한 불완전한 상태의 헌재가 유의미한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후임자 인선이 늦어질수록 재판 지연은 다시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 소장의 연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법은 헌법재판관의 연임을 허용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장의 연임도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계선(55·27기)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김성주(57·26기) 광주고법 판사를, 국민의힘은 판사 출신 강민구(66·14기)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와 이 소장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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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헌재 사무처장 퇴임식 참석한 이종석 헌재소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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